실거주·임대 구분 과세…한국과 다른 세제 구조
"취득·양도세 균형 관건…부분 도입은 체리피킹"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많이 배워가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이 사실상 보유세 인상을 염두한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인구의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싱가포르와 한국과는 부동산 환경이 크게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는 집을 산 이후 매년 내야 하는 보유세를 책정할 때 실거주와 임대용을 구분해 부과한다.
핵심은 실거래가가 아닌 '연간 임대가치'(Annual Value·AV)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이다. AV는 해당 주택을 1년간 임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예상 임대료(수익)를 뜻한다. 싱가포르 국세청(IRAS)이 매년 시장 임대료 수준을 조사해 산정한다.
실거주 주택의 경우 1만2000싱가포르달러(연 1400만원)까지 공제하고 이후 0~32%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반면 임대용은 공제 없이 12~36%의 높은 누진세율이 매긴다. 똑같은 집이어도 '내가 사느냐, 세를 주느냐'에 따라 세금이 크게 차이나는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 보유세는 재산세(0.1~0.4%)와 종합부동산세가 합산되는 구조다. 기본 골격은 공시가격에 따른 누진 구조에 세율 자체는 높은 편이나 각종 공제 혜택이 많아 실효세율이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싱가포르가 우리보다 보유세 부담이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롤모델 삼겠다고 한 취지도 보유세를 겨냥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보유세뿐 아니라 취득 단계에서도 강한 규제를 둔다.
다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구입할 경우 '추가 구매자 인지 취득세(ABSD)'를 통해 최대 30%(외국인 60%)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최고 12%까지 올릴 때 참고한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양도 단계는 다르다. 싱가포르는 3년 이상 보유하면 다주택 여부와 관계없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오는 5월 9일부터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 다주택자의 최고 양도세율이 82.5%까지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세목 간 균형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보유세가 높은 국가는 취득세나 양도세를 낮추고, 반대로 취득세가 높으면 양도세를 완화하는 식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주택 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주택 자가보유율이 90%를 넘고, 이 중 약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한다. 민간 주택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과는 시장 환경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세제 일부만 가져오는 방식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김 소장은 "싱가포르 모델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 모두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부동산 세제의 특성을 간과한 채 높은 세율을 가진 특정 부분만, 유리한 것만 가져오니 괴물이 돼 버리는 것"이라면서 "매물 잠김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야말로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 세금 트랩에 가두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며 "납세자가 낼 수 없을 만큼 세금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조세 정의 차원에서도 어긋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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