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헌 SKT 대표의 자성 "1등 자부심에 고객 잊어…초심 찾겠다" [MWC26]

기사등록 2026/03/02 08:00:00

스페인 바르셀로나 기자간담회서 해킹 사고 계기 40년 1등 구조 재점검

"업의 본질 '이동통신' 부터 재정의…고객 중심으로 체질 전환"

"과거 방식으로 변화 어려워, AI 중심으로 사업 방식 대대적 혁신"

"기본과 원칙 나침반 삼아 고객 살피고 변화 꾀하며 AI 체계 구축"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정재헌 SKT CEO가 1일(현지 시간) MWC26이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AI 인프라의 재편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포함한 ‘AI 네이티브’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S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심지혜 기자 = "1등 사업자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게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의 본질과 경쟁력은 고객에게 있는데 그 부분을 가볍게 생각했다."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MWC26이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작년 해킹 사고를 계기로 "우리가 업의 본질을 충분히 고민했는지 돌아보게 됐다"며 이날 간담회의 화두를 ‘변화’로 제시했다.

정 CEO는 "SK텔레콤이 시작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 기업이 본질적으로 목표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회사가 단단해야 한다. 사양 산업이 되거나 대체된다면 영속할 수 없다. 그래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업의 본질인 이동통신(MNO) 사업부터 다시 돌아봤다고 했다. "1등 사업자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그 당연함 속에서 안주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됐다"며 "경쟁력의 출발점은 고객인데 그 부분을 어느 순간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알아서 다 우리 것을 써주겠지’라는 안일함이 문제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발생한 해킹 사고에 따른 대규모 고객 이탈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 CEO는 "사고 자체가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한 계기였다"며 "원인 역시 업의 본질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데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다시 업의 본질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잃어버린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 중심으로 가는 것이 첫 번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고객 이탈로 점유율 회복과 관련해서는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가 많이 빠진 것이 사실"이라며 "경쟁이 안정화된 시장이라 단기간에 크게 회복하기는 어렵지만 3년 내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단순한 가입자 수 싸움이 아니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즉 가치 있는 고객의 문제"라며 "특히 20대에서 40대 연령층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성과지표(KPI)도 단순한 사람 수가 아니라 실질적인 매출 능력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CEO는 "더 큰 문제는 그 사이에 또 다른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라며 보안에 대한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수치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 CEO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AI 시대가 왔다"며 "고객 가치를 혁신해야 하는 시점이자 AI라는 새로운 혁신의 가치에 적응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AI 친화적인 사업 생태계를 마련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하지 않으면 경쟁자가 먼저 해버릴 수 있다. 정말 긴장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AI 대전환’을 선언했다. 정 CEO는 "고객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를 활용하면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레거시 IT 시스템과 네트워크 인프라는 AI 진화에 맞게 설계된 구조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완전히 바꿔야 한다. 비용이 상당히 들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며 "조 단위 이상의 투자를 감수하더라도 AI 친화적인 비즈니스 시스템과 네트워크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통합전산시스템은 AI 중심 구조로 재설계한다. 영업·회선관리·과금 등 전 영역을 AI에 최적화해 초개인화된 고객 요구를 실시간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네트워크 역시 AI 기반 자율 운영 체계로 전환한다.

정 CEO는 "AI 워크로드는 결국 네트워크 위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지능형 네트워크로 구축해야 AI가 제대로 구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시대에 통신 사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 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에게는 새로운 일상을, 국가적으로는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것을 변화를 통해 이뤄보겠다"고 부연했다.

이를 설명하며 그는 ‘법고창신’을 언급했다. 정 CEO는 ‘법고창신(法顧創新)’의 ‘고’를 ‘옛 고’가 아닌 ‘돌볼 고’로 바꿨다. 기본과 원칙을 나침반 삼아 고객을 깊이 살피고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창조하며 새로운 AI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기본으로 정해 놓은 원칙의 틀은 유지하되,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영원히 존속할 기업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도 기본은 지키되 그 위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더해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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