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액주주 제기 손해배상 소송서 파기환송
"감시·감독 외면…'위법' 알지 못했어도 책임"
구현모, 2024년 6월 정치자금법 위반 벌금형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KT 소액주주 박모씨 등 35명이 황창규·구현모 전 KT 대표 등 임원 1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이 같은 이유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2일 밝혔다.
박씨 등 주주들은 황 전 대표 등이 ▲KT 대외협력 부서인 CR부문 임직원들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정치자금 기부(쪼개기 후원) ▲박근혜 정부 당시 재단법인 미르에 출연한 혐의 ▲2010년 4월 무궁화위성 3호의 해외 매각 ▲KT 아현국사 화재 등의 행위로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3월 KT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달라고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5월 직접 법원에 황 전 대표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은 주주들의 주장 가운데 소위 '쪼개기 후원'이라 불리는 KT CR부문 임직원들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정치 자금 기부 행위에 대해서만 황 전 대표와 구 전 대표 2명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앞서 KT CR부문 임직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9월 사이 소위 '상품권 할인'을 통해 11억5100만원 상당의 부외 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임직원과 지인 등 명의로 100만원~300만원씩 나눠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부외 자금은 장부에 기록되지 않고 거래되는 자금을 뜻한다. 사건 당시 KT 대표이사는 황 전 대표였다. 구 전 대표는 2014년 2월부터 비서실장을 맡아 황 전 대표를 보좌하다 2016년 3월 이사로 선임됐다.
이번 민사소송의 2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23년 9월 KT는 대법에서 '쪼개기 후원'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따로 재판에 넘겨졌던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024년 6월 2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지난 2021년 6월 1심은 "언론 보도와 검찰의 사건처리 결과 통지만으로는 황 전 대표와 구 전 대표의 법령 위반 또는 임무 해태 행위를 했는지 특정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쪼개기 후원' 사건의 형사 재판이 모두 종료된 후인 2024년 10월 2심은 구 전 대표가 벌금형의 유죄 판결이 일부 확정된 점을 고려해 KT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일부 있다고 봤지만, 변제가 모두 끝났다고 판단해 소액주주 박씨 등의 패소 판결을 유지했다.
또 2심은 황 전 대표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과실로 임직원들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조장하거나 방치해 감시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부외자금 조성에 관여한 CR 부문 임원들은 대표이사인 황창규나 이사인 구현모를 비롯한 KT의 다른 임직원들로부터 어떠한 제지나 견제도 받지 않았다"며 "황 전 대표, 구 전 대표 등 이사들은 상품권 현금화를 통한 부외자금 조성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의 확인·점검 등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 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 등을 알지 못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했다.
황 전 대표는 문제의 부외자금이 조성되기 시작한 지난 2014년 5월 14일부터, 구 전 대표는 이사로 선임된 2016년 3월 25일부터 부외자금 조성이 종료된 2017년 10월 31일까지 이사로서의 감시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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