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20% 통과 요충지 차단…유조선 운항 중단 잇따라
산유국 수출 차질 현실화…글로벌 인플레 재점화 우려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일대 선박 출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중동 전황의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이번 충돌이 국지전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전날(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선박 통행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전쟁의 양상은 군사 충돌을 넘어 전 세계 에너지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이 통항할 수 있는 항로가 제한적이다. 이란은 그간 전략적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협 봉쇄 가능성을 거론해 왔지만, 실제 통행 차단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파급력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주요 석유 메이저 기업과 무역상사들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가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망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현재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90달러를 넘어 100달러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확대될 우려도 있다.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전날 중동 바레인에 위치한 미 해군 제5함대 서비스 센터가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해상 수송로의 안전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제5함대는 중동 해역에서 미국의 핵심 해상 전력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은 수출 통로가 막힌 상황에서 전쟁 확산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란이 인근 산유국의 석유시설을 추가로 공격할 경우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각국은 전략 비축유 방출 등 에너지 안보 대응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 백악관도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실질적으로 장기간 봉쇄될 경우,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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