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신뢰로 만든 청량산 캠핑장…지자체 협력 새 모델 제시
봉화에 19억 투입 논란 속 개장…이용률 94% 호응 얻어
소멸위기 봉화와 손잡은 수원…경쟁 아닌 협력 가능성 열어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서른 돌을 넘겼지만 그 현주소는 기대와 사뭇 다르다. 지역 간 협력보다 인구와 자원을 선점하려는 치열한 '제로섬 게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서울 메가시티 논의는 지방자치가 '함께 잘 살기'가 아닌 '살아남기 위한 편입'으로 변질된 우리 지방자치의 서글픈 자화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자기 울타리 안의 이익만 좇는 소지역주의가 득세하는 현실에서 경기 수원시는 기존의 관행을 깨뜨린 행보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행정구역이라는 칸막이를 허물고 200㎞ 넘게 떨어진 경북 봉화군에 조성한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협치 모델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0년 신뢰가 일궈낸 초광역적 상생
두 도시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수원화성문화제와 봉화송이축제를 교차 방문하며 쌓아온 신뢰는 지난해 6월 우호도시 협약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청량산 수원캠핑장'이라는 구체적인 결실을 맺었다.
이는 봉화군이 2017년 1만1595㎡ 규모로 개장한 캠핑시설로, 특히 경상권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캠핑장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주말마다 만실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성수기인 7월부터 9월까지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추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봉화군의회는 "멀쩡한 시설을 왜 남에게 주느냐"며 반발했고, 수원시 내부에서도 "다른 지자체 시설에 왜 시민의 혈세를 쏟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양 지자체는 이러한 비판을 뚫고 서로 가진 것을 나누고 보태는 상생의 길을 열기로 했다.
봉화군은 무려 10년간 캠핑장 부지와 시설을 모두 무상으로 운영권을 넘기기로 했고, 수원시도 그에 대한 화답으로 약 20억원을 들여 카라반 6동과 글램핑 7동, 데크야영장 9면 등으로 시설을 전면 리모델링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는 대도시의 자본과 농촌의 자연을 결합해 시민의 행복권을 확장하는 시도였다.
◇시민에겐 '치유'를, 소멸도시엔 '활력'을
수원시 입장에서도 얻는 게 있다. 같은 규모 캠핑장을 자체 조성하려면 부지 매입비만 수십억원이 든다. 청량산 자락이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수원시민들은 이용료 50% 할인 혜택까지 받는다.
봉화군은 관광객이 늘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게 됐다. 봉화군 인구는 1967년 12만명에서 현재 2만8900여명으로 급감했다. 한국고용정보원 소멸위험지수에서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사망자는 521명인 반면 출생자는 57명에 그쳤다. 사망자가 출생자의 9배를 넘는다. 월평균으로 보면 사망자는 43명인데 출생자는 5명도 안 된다. 8월과 10월에는 각각 1명만 태어났고 가장 많았던 4월에도 9명에 불과했다.
수원시가 청량산 캠핑장을 통해 연간 2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면 봉화군은 20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는 캠핑장 관리 인력 10명도 봉화군민으로 채용했다. 수원시민들은 캠핑과 함께 청량산도립공원과 백두대간수목원, 전통시장을 이용한다. 봉화군은 이를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얻게 된다.
◇상생으로 넓힌 시민 쉼터, 4월 1일 다시 문 연다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지난 10월 개장 후 40일간 시범운영에서 94.3%의 객실 이용률을 기록했다. 방문객 2660여명 중 66%가 수원시민이었다. 올해는 4월 1일 개장한다. 3월 1~15일 캠핑톡에서 예약을 받으며 수원·봉화 주민에게 50% 우선 배정한다.
지방자치의 가치는 '함께 누리는 번영'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책사업 유치나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지자체끼리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인다. 이런 배타적 경쟁은 지역 간 골만 깊게 만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원시가 보여준 행보는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다. 지자체끼리 경쟁만 하던 분위기에서 협력 사례를 만들었다. 19억원 투입에 '혈세 낭비' 비판이 나왔지만 수원시민은 싼 값에 좋은 캠핑장을 쓰고 봉화군은 관광객이 늘었다. 각자 실익을 챙겼다. 각자도생만 하던 지방자치에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수원시 관계자는 "봉화군과 10년 넘게 쌓아온 신뢰가 이런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봉화군과 상생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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