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관세 위헌 판결에 '품목별 고율 관세' 선회…스마트폰 직접 타격은 피할 듯
선거 앞두고 유권자 핵심 소비재 가격 인상 부담…부품값 상승發 '스텔스 인상' 불씨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이 당장 품목별 관세의 대상이 되거나, 관세의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품목 관세 부과 주요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지않은 만큼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美 대법 판결이 바꾼 관세 지형도…'보편 관세' 지고 '핀셋 관세' 뜬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상호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10%의 글로벌 기본 관세를 재도입하겠다고 선언했고, 하루 만에 글로벌 기본 관세율을 15%로 인상했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적자 위기 시 대통령이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IEEPA보다 법적 근거가 더 구체적이라는 점을 노린 포석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국가 전체'를 향한 무차별적 압박에서 '핵심 품목'을 겨냥한 정밀 타격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법 판결로 인해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 법적 리스크에 직면하자 국가 안보와 불공정 무역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및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특정 품목의 관세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완제품, 당장 '가격 폭등' 가능성 낮을 듯…美 유권자에도 핵심 소비재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스마트폰 완제품의 경우 업계에서는 당장의 급격한 가격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은 미국 유권자들의 일상과 직결된 핵심 소비재인 만큼, 대선 가도나 국정 지지율에 민감한 트럼프 정부로서도 초고율 관세를 성급히 매기기에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악관은 기본 관세 부과 과정에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주요 가전제품에 대해 '잠정적 관세 면제' 또는 '저율 관세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제품들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했을 때도 가격 폭등 우려로 관세 대상에서 면제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이 관세로 인해 수십만원씩 오른다면 미 내부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미국 기업인 애플의 아이폰도 해외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가는 제품이기 때문에 함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할 때 스마트폰 완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은 일단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내 주요 유통업체들 역시 재고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며 단기적인 가격 변동 폭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갤럭시 S26' 시리즈나 애플의 차기 모델들이 당장 관세 직격탄을 맞아 소비자 가격이 폭등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일부 첨단 반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지난달 서명한 바 있다. 이에 더해 가전 등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에 대한 안보 영향 조사까지 추진하며 관세 대상 확대까지 시사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대상 품목 관세를 집행하지 않아왔으나 대법 판결로 상황이 급변한 상태다.
이러한 부품 관세의 강화는 스마트폰 완제품 가격의 간접적인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0%에 육박한다. 부품 수입 비용이 늘어나면 제조사로서는 수익성 보전을 위해 완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완제품 관세가 면제되더라도 핵심 부품에 대한 25% 관세가 유지된다면 이는 결국 '스텔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겉으로는 관세가 붙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공급망 전체의 비용 상승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적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정부가 구상하는 또 다른 우회로는 '미국 내 생산 시설 보유 여부'에 따른 차등 혜택이다.
미 상무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공급망 등 특정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에 관세를 면제하거나 우대 관세를 적용해주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스마트폰 등 분야에도 이같은 프로그램이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 물량을 베트남, 인도, 한국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에서는 관세 폭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제조사들이 미국 내로 공장을 옮기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제조업 회귀' 전략을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업계는 당장의 고관세 부과 및 가격 급등은 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품목별 관세라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태다. 업계는 미 상무부의 향후 품목별 조사 결과와 관세 면제 리스트 포함 여부를 주시하며 향후 대응 전략을 마련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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