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행정부와 긴밀 접촉"…독일도 "美와 긴밀 접촉"
日은 대미투자 계속 의향…"관세 계속 부과 예상"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 내린 데 대해, 각국은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대법원 판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시적 관세 부과 등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과 폴리티코,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올로프 길 유럽연합(EU) 무역대변인 및 집행위원회 수석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우리는 이번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조치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와 긴밀하게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서양 양측 기업들은 무역 관계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의존한다"며 "따라서 우리는 낮은 관세를 옹호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부과시 근거로 했던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수단을 통해, EU에 관세를 재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프랑스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미 연방대법원 결정을 주시해왔다며 "미국 행정부가 관세를 재도입하기 위해 다른 법적 수단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조치가 "최소한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AFP에 "다음 단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얻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산업연맹(BDI)은 이번 판결이 "미국 권력 분립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 정부는 "미국과의 특권적 무역 지위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이 전 세계 관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먼저 이 조치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첫 번째 대미투자 프로젝트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미투자 프로젝트가 일본 경제 성장,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프로젝트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본 경제관청 고위 관계자도 "위헌 판결이 나와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방식으로 관세를 계속 부과하는 것은 예상 범위 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일본 정부는 첫 번째 대미투자 프로젝트로 ▲가스 화력발전 ▲원유 수출 인프라 정비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등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360억 달러(약 52조 원)이다.
이는 지난해 미일 관세 합의 당시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95조원) 규모 대미투자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래 일본에 25%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가 대미투자 등 합의로 15%로 낮췄다.
닛케이는 "일미(미일) 합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릴 위험을 동반한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일본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캐나다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무역부 장관은 이번 판결이 관세가 "정당하지 않다"는 캐나다의 입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캐나다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별 조치들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캔디스 랭 캐나다 상공회의소 회장은 성명에서 미국이 "더 직접적이고 거친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는 더 광범위하고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미국 연방대법원 6대 3 의견으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가 보장하는 수입규제에 관세 부과 조치가 포함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1심, 2심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IEEPA를 근거로 휘두른 대대적인 관세 조치는 무효화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안 관세를 꺼내들면서 강경한 입장을 이어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세계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해외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가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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