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한미합의 지속성 의문"

기사등록 2026/02/21 09:47:36 최종수정 2026/02/21 11:30:24

스팀슨센터 제임스 김 "한미합의 존재, 양국 정부가 답해야"

CSIS 빅터 차 "대법 판결, 팩트시트 다른 조항들에 의문 제기"

[경주=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29. photocdj@newsis.com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20일(현지 시간) 판결하면서 한미간 무역합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관세를 활용할 것이며 상당수 무역합의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미간 합의내용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스팀슨세넡의 제임스 김 한국프로그램 국장은 이날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법적 플레이북(전략틀)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곧장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 것을 언급한 후 "아직 여러 관세 조치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로 관세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라 단지 법적 플레이북이 재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기존 합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던진다"며 "지난 11월 한미 합의는 이제 헌법적 정당성을 잃은 법적 토대 위에 세워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25% 관세와 여러 품목 관세를 부과한 뒤 협상을 통해 무역합의에 도달했다. 상호관세 등을 15%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에 나서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상호관세 조치가 취소되면서 "이 합의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지 여부조차 이제는 양국 정부가 명확히 답해야할 질문이 됐다"고 김 국장은 평가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대법원 관세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6.02.21.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이날 CSIS가 발간한 대법원 관세 판결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폐기 판결은 조인트 팩트시트에 명시된 합의 다른 조항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 인하 외에도 핵추진잠수함 도입, 원자력협정 개정 등 숙원 사업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이번 관세 판결로 합의 자체가 흔들리면 안보 분야 합의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차 석좌는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수단을 통해 관세를 유지하려 할 경우, 이는 한미동맹에서 이재명 정부에 일정 수준의 안정감을 제공했던 고난 끝에 이룬 합의에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야당의 재협상 요구 뿐만 아니라 당내 강경 지지층의 총투자액 축소 요구 등 국내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이 대통령에게 협정 철회는 조선 및 핵잠수함 등 협정의 다른 핵심적 가치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한국의 비관세장벽 완화 조치 역시 위협받을 수 있으며 "양국은 국내 여론과 정파적 반응 속에서도 합의의 핵심적 가치를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며 2026년 예정된 선거(미 중간선거와 한국 지방선거)는 각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평가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차 석좌는 이번 판결로 한국에 대한 관세가 인하되고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자동차 및 부품업체, 삼성전자와 SK 등 전자업체, 셀트리온 등 제약업체, LG와 롯데, 금호석유, 한화솔류선 등 화학 및 산업재 업체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
미 대법원은 이날 6대 3 의견으로 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도 트럼프 행정부의 무작위한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상 과세 권한은 헌법적 맥락에서 명확한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년간 우리를 착취해온 해외국가들은 기쁨에 들떠있다. 그들은 매우 행복해하며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다"며 "그러나 그 춤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를 즉시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고, 301조 등 다른 수단에 의한 관세부과도 예고했다. 세계 각국과 체결한 무역합의가 유효한지 묻는 질문엔 "상당수는 유효하다"면서 "일부는 그렇지 않겠지만, 그것들은 다른 관세로 대체될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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