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고비를 넘어 '최다' 신화 창조한 최민정[2026 동계올림픽]

기사등록 2026/02/21 07:22:21 최종수정 2026/02/21 09:02:23

동·하계 통틀어 한국인 최다 메달 신기록

'전설' 전이경과 동계올림픽 최다 金 타이

[밀라노=뉴시스] 박주성 기자 = 1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시상식에서 최민정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2026.02.19. park7691@newsis.com

[밀라노=뉴시스]김희준 기자 = 이제 '전설'이라는 말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성남시청)이 역사를 바꿔놓으며 신화의 반열에 올랐다.

최민정은 21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32초45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최민정은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수집하며 대회 멀티 메달에 성공했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500m에서 연달아 우승한 최민정은 이 종목 3연패까진 닿지 못했지만, 새 역사를 써냈다.

이번 대회 1500m 준우승으로 최민정의 개인 통산 올림픽 메달 수는 금 4개, 은 3개가 됐다.

총 7개의 메달을 목에 건 최민정은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한국인 최다 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계올림픽의 진종오(사격·금4 은2)와 김수녕(양궁·금4 은1 동1), 동계올림픽의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금2 은3 동1)이 보유하고 있던 메달 합계 6개의 기록을 넘어섰다.

최민정은 각 종목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진종오, 김수녕, 이승훈 등을 모두 뛰어넘으면서 신화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밀라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쇼트트랙 최민정이 2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두르고 기뻐하고 있다. 2026.02.21. ks@newsis.com

지난 201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최민정이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10년 넘게 태극마크를 지켜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업적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어갈 대형 유망주로 주목받은 최민정은 16세에 대표팀에 합류한 직후부터 에이스로 우뚝 섰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강자로 이름을 떨쳤다.

첫 올림픽이었던 2018년 평창 대회에서는 1500m 금메달, 계주 금메달로 2관왕에 오르며 '여제 대관식'을 치렀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또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 최강자의 면모를 이어간 최민정은 4년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1500m 2연패를 달성했다. 여자 1000m, 계주에서도 모두 은메달을 땄다.

20대 후반에 들어선 세 번째 올림픽에서도 최민정은 건재했고, 신화를 이룩했다.

마냥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10대부터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그도 슬럼프를 겪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느끼는 중압감, 에이스라는 책임감에 눌려 버거워하던 시기가 있었다.

19세였던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직후가 첫 고비였다. 최민정이 "노력한 만큼 경기력이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고 회상하는 시기다.

어린 나이의 최민정이 첫 고비를 돌파한 방법은 혹독한 훈련이었다. 최민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훈련량을 늘리고, 안되면 될 때까지 했다"고 전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대표팀 동료인 심석희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전 당시 최민정을 고의 충돌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마음이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스케이트화 끈을 묶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는 최민정은 2022~2023시즌을 마친 후 결국 태극마크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밀라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쇼트트랙 심석희가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최민정에게 턴을 주고 있다. 2026.02.15. ks@newsis.com

잠시 대표팀을 떠나있었을 뿐 더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린 시간이었다. 최민정은 1년 동안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연구와 훈련에 몰두했다.

대표팀으로 뛸 때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한층 효율적으로 훈련할 방법을 연구했다.

1년을 쉬고 돌아온 최민정은 표정도 달라져 있었다. '얼음 공주'에 가까웠던 그는 1년을 쉬고 돌아와서는 마음에 여유가 생긴 듯 한층 잘 웃었다.

휴식 후에도 최민정은 건재했다. 2024~2025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태극마크를 되찾은 최민정은 그가 대표팀을 떠나있던 사이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한 절친한 후배 김길리(성남시청)와 함께 여자 대표팀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녀 대표팀 주장을 맡은 최민정은 '캡틴의 품격'도 아낌없이 보여줬다.

여자 계주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자 아픔을 잠시 묻어두고 심석희와 호흡을 맞추기로 했다.

고의 충돌 의혹으로 심석희와 관계가 나빠진 이후 계주에서 직접 접촉하는 일이 없었는데, 경기력 향상을 위해 심석희의 터치를 받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는 여자 대표팀의 계주 금메달로 이어졌다.

전 경기를 뛰면서도 훈련을 거르지 않으며 솔선수범했고, 자신이 1000m 결승에 오르지 못해 속상한 상황에서도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김길리의 같은 종목 동메달 획득을 축하했다.

빙판 위에서 신화를 이룬 최민정은 빙판 밖에서도 '전설'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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