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선택' 염다연 "발레는 내 삶…기본기·표현력으로 버텼다"

기사등록 2026/02/19 16:40:19 최종수정 2026/02/19 18:04:25

'로잔 콩쿠르' 2위…예중·예고 진학 않고 부친에 발레 배워

아버지 염지훈 "들판에 씨앗 뿌려"…모친은 日 발레리나

기본기로 서구권 '피지컬 장벽' 극복 …8㎞ 걸으며 멘탈 관리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54회 스위스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Prix de Lausanne)에서 전체 2위와 관객상을 수상한 발레리나 염다연(17)이 19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02.1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청소년 발레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염다연(17)은 "발레는 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며 발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염다연은 19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빠한테 배우는게 정말 쉽지 않았지만, 제가 정말로 발레를 좋아해서 어려움도 이겨낸 것 같다"며 "힘들 때마다 '오늘은 쉬고 싶다', '진짜 그만두고 싶다' 생각했지만 또 향하는 곳은 연습실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발레 콩쿠르에서 결선 진출자 21명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15~18세 무용수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해외 발레단이나 발레학교 진출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염다연은 현장 관객 투표로 결정되는 관객상도 함께 받았고, 심사위원들로부터 "섬세한 상체 움직임과 연기, 음악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무용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염다연은 통상적인 예중·예고 과정을 밟지 않았다. 서울 배화여중을 졸업한 뒤 예고 대신 홈스쿨링을 선택해, 전 뉴질랜드 왕립발레단 솔리스트이자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 출신인 아버지 염지훈에게 집중 지도를 받았다.

그는 "목표가대학 진학이 아니라 해외 발레단 입단이었기 때문에 홈스쿨링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이자 스승인 염지훈 발레웨스트 스튜디오 대표는 "홈스쿨링은 처음이지만,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발레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다.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기본기를 다지며 맞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염다연이)들판에서 거칠게 자라기 위해 씨앗을 뿌렸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을 기르기 위해서 아주 혹독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인터뷰 내내 '기본기'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54회 스위스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Prix de Lausanne)에서 전체 2위와 관객상을 수상한 발레리나 염다연(17)이 19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은 염 양의 부친이자 코칭을 담당한 발레리노 염지훈 발레 웨스트 스튜디오 대표. 2026.02.19. mangusta@newsis.com

철저히 다져진 기본기는 로잔 무대에서 힘을 발휘했다. 염다연은 서구권 무용수들의 키와 골격, 근육 등 신체적 조건을 마주하며 "처음엔 혼란도 오고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만 "처음 클래스에서는 많이 떨었지만 점점 적응하면서 제 실력을 보여드린 것 같다"고 돌아봤다.

체격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승부수는 철저히 계산된 무대 해석과 연기력이었다.

그의 결선 경연작인 쥘 페로가 안무한 '에스메랄다'에 대해 "자다 일어나서도 바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제 몸에 익었고, 알람 소리도 에스메랄다 음악"이라며 "기존의 강한 이미지 대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노력을 했고, 남자 파트너를 유혹하는 것처럼 솔로 할 때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54회 스위스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Prix de Lausanne)에서 전체 2위와 관객상을 수상한 발레리나 염다연(17)과 염 양의 부친이자 코칭을 담당한 발레리노 염지훈 발레 웨스트 스튜디오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6.02.19. mangusta@newsis.com

현대무용(컨템포러리) 부문에서는 알렉산더 목시리 안무의 '익스텐션(Extinction·절멸)'을 선보였다.

그는 "멸망된 세계에 홀로 떨어진 느낌,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을 곳이 아무 데도 없는 그런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체격의 열세를 기본기와 해석, 표현력으로 보완하려 한 것이다.

글로벌 무대의 압박감과 고강도 훈련을 견디는 방법은 '걷기'였다.

염다연은 "아빠랑 싸우거나 힘든 일 있으면 저 혼자서도 많이 걸어 다니고, 저녁에 수업 끝나고 압구정으로 운동 갈 때도 걸어갔다"며 경복궁에서 압구정까지 약 8㎞를 걸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엄마는 항상 응원해주고 버팀목이 돼 주셨다. 그래서 지금까지 잘 버텨온거 같다"며 일본인 발레리나 하라 사오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서울=뉴시스] 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54회 로잔발레콩쿠르 본선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2위를 차지한 한국인 발레리나 염다연 (사진=로잔발레콩쿠르 제공) 2026.02.09. *재판매 및 DB 금지

염다연은 발레 스쿨 진학 대신 메이저 해외 발레단 연수 단원 입단을 목표로 차기 행선지를 조율 중이다.

염지훈 대표는 "1위 입상자가 컨템포러리(현대 무용) 성향의 컴퍼니를 선택할 것으로 보여, 다연이가 원하는 메이저 클래식 컴퍼니를 선택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형성돼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선순위 입상자 선택에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바뀌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영국 로열 발레단 등 유력 컴퍼니를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저는 표현하는걸 가장 좋아한다"는 염다연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제 감정이 잘 닿을까 하는 연구를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롤모델로는 영국 로열 발레단 무용수 마리아넬라 누녜스를 꼽으며, 향후 클래식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해외 진출에 앞서 염다연은 오는 28일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에서 주최하는 '백조의 호수' 흑조 그랑 파드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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