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사설 “라이 판결, 범죄의 중대성 반영, 양형 원칙 따라”
국경없는기자회 “홍콩, 더 이상 비판 목소리 낼 공간 제공하지 않아”
홍콩 언론자유 지수, 180개 지역 중 140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홍콩 빈과일보의 발행인 지미 라이(78)가 국가보안법상 선동죄와 외국 세력과의 공모 혐의로 9일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홍콩 언론계가 침묵한 것을 두고 ‘홍콩 자유 언론의 종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0일 한때 활기 넘쳤던 홍콩 언론이 라이의 중형 선고에 대해 침묵하거나 오히려 환영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국가보안법과 당국의 탄압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압해 왔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홍콩 언론자유가 라이의 흥망성쇠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 홍콩 언론 5단체의 라이 판결 침묵 혹은 환영
홍콩기자협회(HKJA) 셀리나 청 회장은 “판결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HKJA는 과거 라이의 범행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홍콩 정부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며 협회와 청 회장 개인 또한 중국 관영 매체의 표적이 되어 왔다.
홍콩 외신기자클럽(FCC)도 라이의 중형에 대해 논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의 마이크 버드 기자는 X(옛 트위터)에 “홍콩 외신기자 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꼬집었다.
홍콩의 다른 세 언론 단체, 즉 중국의 지원을 받는 홍콩기자연맹, 홍콩뉴스경영자협회, 홍콩보도사진기자협회 역시 라이의 선고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HKJA의 론슨 찬 전 회장은 “다섯 개 협회가 라이 사건에 대해 지지하든 유감스럽게 생각하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홍콩 언론은 라이와 그의 공범들에게 내려진 형량을 환영했다.
중국 알리바바 소유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라이 사건은 홍콩에서 법치주의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판결은 그의 범죄의 중대성을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SCMP는 “라이는 홍콩과 중국 본토에 대한 제재를 선동하고 당국에 대한 대중의 증오심을 부추긴 음모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며 중국 정부를 전복시키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기 위해 혼란을 야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SCMP는 “그가 홍콩에 끼친 피해는 극심해 강력한 억제책이 필요했다”며 “법원은 확립된 양형 원칙을 따랐다”고 밝혔다.
친중 성향 HK01도 이번 판결을 칭찬하며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친중 언론 대공보는 “라이가 대표하는 반중 및 친혼란 세력은 역사적 치욕의 기둥에 영원히 못 박혔다”고 논평했다.
◆ 미국·영국·유럽연합·유엔 등 라이 석방 촉구
미국, 영국, 유럽연합, 유엔 등은 라이에게 내려진 중형을 규탄하고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에 대한 형량은 국가보안법에 따라 선고된 가장 가혹한 형벌이자 본토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반체제 인사들에게 내려진 형량보다는 무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출신의 활동가 네이선 로는 10일 가디언 기고에서 “라이에 대한 선고는 홍콩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올렸다.
그는 “라이에 대한 판결의 유일한 목적은 비판자들을 침묵시키는 것으로 실제로 성공했다”며 “정부의 권력 남용을 감시해야 할 시민 사회와 언론은 재판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알렉산드라 비엘라코프스카는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언론 기관과 기자들은 당국으로부터 전례 없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사법적 탄압 외에도 감시, 협박, 개인정보 유출, 온라인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 기자들의 입국 거부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며 홍콩은 더 이상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사인 베 리 이는 “중국이 강행한 국가보안법 제정 5년 만에 한때 활기 넘쳤던 홍콩의 자유 언론은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홍콩은 최근 몇 년 동안 국경없는 기자회(RSF)의 언론 자유 지수에서 급격히 하락하여 현재 조사 대상 180개 지역 중 140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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