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돼지열병 발병…양돈 농가 '살얼음판'

기사등록 2026/02/11 14:24:58

예방 차원서 외출·이동 금지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나주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지 사흘 째인 11일 오후 전남 나주시 ASF 발병 농가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6.02.1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설이 코앞인데 명절 분위기는커녕 꼼짝 없이 축사만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죠."

전남 나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1일 오전, 나주시 봉황면 일대는 무거운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ASF 발생 농가 접근을 금지하는 차단선이 곳곳에 설치되고 하얀 방역복을 입은 인원들이 보초를 서면서 삼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방역 요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역복으로 몸을 감싼 채 눈만 내놓고 있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확산된 ASF가 원망스러운 듯 방역복 사이로 드러난 눈빛에는 피로가 묻어났다.

이들은 이따금 주황색 경광등을 흔들며 접근 차량을 제지하는 한편, 알아볼 수 없는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농가 접근 차단에 분주했다.

돼지 살처분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자리에는 파란색 정화조가 설치됐다. 방역 요원들은 소독 약품이 든 포대를 뜯어 주변에 뿌리면서 바이러스 차단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축사 안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바깥에서는 알 길이 없는 가운데 까마귀 울음소리만이 주변을 메우며 스산한 분위기를 더했다.

양돈 농가 관계자들은 설을 앞두고 날아든 비보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최악으로 치닫는 명절 분위기 속 바이러스 유입 우려로 잠시의 외출은 물론, 가족간 만남 또한 불사할 수밖에 없다.

나주 노안면에서 1만여 두에 가까운 돼지를 기르고 있는 축사 주인 A(47)씨는 "바이러스가 발병한 봉황면 뿐만 아니라 나주시 전체 양돈 농가에 사실상의 이동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라며 "특히 나주에 첫 ASF가 창궐한 만큼 더욱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고 밝혔다.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나주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지 사흘 째인 11일 오후 전남 나주시 ASF 발병 농가에서 방역 요원들이 차단선을 설치하고 있다. 2026.02.11. leeyj2578@newsis.com
이어 "설 명절 가족을 못 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농가 내 8단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만이 나주 전체 양돈 농가의 공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부디 무탈하게 ASF 방역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나주시 동강면에서 양돈 농가를 운영 중인 B(50)씨도 "매년 명절이면 이주노동자들도 친구나 가족들을 만나러 광주 또는 타지로 향했지만 올해 나주 양돈 농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반강제로 격리됐다"며 "특히 이번 바이러스의 유입 추정 경로로 해외에서 들여온 불법 축산물 유통이 지목되는 만큼 이주노동자들의 이동이 부득이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설을 바랐는데 바이러스 창궐로 수포가 돼 안타깝고 서럽다"며 "하루 빨리 상황이 진전돼 설 연휴 막바지에라도 가족들을 보고싶다. 설날이 참 서럽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이번 ASF의 유전자 타입을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래된 것으로 파악했다. 발병 경로로는 해외 불법 축산물 또는 수입 기자재를 통한 확산, 철새떼 이동 과정에서 묻은 분변 등이 지목되고 있다.

발생 지역 내 확산 차단을 위해 광역방제기와 방역차 등 가용 소독 자원을 총동원해 나주와 인접 6개 시군구 내 돼지농장 255곳과 주요 도로를 집중 소독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기동방역기구를 현장에 파견해 살처분과 매몰, 잔존물 처리 등 전반적인 현장 대응을 총괄 관리 중이다.

발생 농장 반경 10km 이내 방역대 농장 32곳과 역학적으로 연관된 돼지농장 15곳에 대해서는 긴급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역학 관련 차량 5대에 대해서도 세척과 소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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