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대장아파트 일대 중개업소 돌아보니
헬리오시티 42평 급매 30억원…'호가 역전'
중개업소 "보유세 부담 고령자 매물 위주"
임대차 기간 실거주 유예…"매물 출회 물꼬"
[서울=뉴시스]정진형 이수린 수습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동 대장 아파트인 일명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인근의 한 중개업소 유리창에는 빨간 글씨로 '급급매' 안내문이 붙었다. '잠실엘스' 전용 84㎡ 로열층 매물이 34억원에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이 중개업소는 "원래 내놓은 물건인데 안 나가니까 호가를 낮춘 것"이라며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 매물이다. 지금 다주택자 매물은 많이 안 나온다"고 전했다.
정부가 5월9일부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끝내기로 하면서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팔기 쉽도록 보완책까지 더해지면서 다주택 처분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뉴시스가 찾은 송파구 일대 중개업소에는 급매 안내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가락동에도 '헬리오시티'는 전용 110㎡ 호가를 30억원까지 내린 매물이 나왔다.
같은 면적대 매물이 지난해 12월 35억1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억원 넘게 가격을 낮춘 셈이다. 이보다 작은 전용 84㎡의 지난달 16일 기준 실거래가 30억3000만원도 밑돌았다.
이 중개업소는 "33평(전용 84㎡)이 31억원인데 42평이 30억원에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5~6억원 낮춘 급매다. 집주인이 급하게 정리해야 해서 나온 매물"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한대로 다주택 매물보다는 고령의 1주택자가 보유세 부담에 주택을 내놓는 경우가 아직은 더 많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 뒤 주택을 팔면 3주택자 이상은 최고 세율이 82.5%까지 오르게 된다. 문제는 양도세 중과 전 주택을 팔려 해도 기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경우 처분이 쉽지 않은 셈이다. 강남3구를 포함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매수자는 4개월 내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는 "다주택자보다는 연세가 있는 1주택 실거주자 중에 보유세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오르다보니까 상대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클 것이어서 마음이 동해 내놓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보유세 강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중개업소는 "보유세가 올라갈 것이 확실하다보니 심리적으로 압박돼 잠 못이루는 다주택자가 많다"며 "증여를 해야할지 팔아야할지 고민하는 문의가 들어온다"고 했다.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추가적인 호가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자들은 아직 관망하는 기류다. 잠실동의 또다른 중개업소는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며 "매수자들도 5월9일까지는 집값이 더 떨어질 거란 기대심리가 있다보니 더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기에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예정대로 종료하되 토허구역 내 주택 거래 시 잔금·등기 기간을 4~6개월 더 주고, 세입자가 있는 경우 실거주 의무를 최대 2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다주택 매물 출회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보완책을 보고하며 "세입자가 있는 경우 계약기간 동안은 실거주하지 않아도 되고 계약 종료 후 입주하면 된다"며 "임대기간을 고려해 최대 2년 범위 내에서 허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는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임차인 계약 종료 시까지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다. 다만 실수요자 중심 거래 유도를 위해 매수자는 반드시 무주택자여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해 임대 의무기간 종료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주택을 매각해야만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남혁우 우리은행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임대차 만기가 남은 이른바 세낀 매물 역시 출회가 가능해짐에 따라 거래 가능한 매물의 저변이 넓어졌다"며 "강남권의 경우 보유세 등 세금 중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다주택자 뿐만 아니라 고령 1주택자의 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surins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