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상장사들을 겨냥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은 물론 이사회 개편, 경영진 교체까지 요구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을 앞두고 팰리서캐피탈, 서드포인트, 얼라인파트너스 등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상태다.
팰리서캐피탈은 다음 달 주총을 앞두고 LG화학에 대한 주주 결집을 예고했다. 팰리서캐피탈은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로, 엘리엇매니지먼트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를 주도했던 제임스 스미스가 이끌고 있다.
LG화학 지분 1% 이상을 장기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팰리서는 LG엔솔 지분율을 70% 아래로 낮춰 확보한 자금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LG화학의 LG엔솔 지분율은 79.38%로, 이를 수용하려면 10% 가량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팰리서는 주주들이 주총에서 권고적 주주제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정기적으로 공시할 것도 요구했다. NAV 할인율·자기자본이익률에 연동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기반으로 한 경영진 보상 체계 개편, 선임독립이사제 도입도 요구사항에 담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표적 행동주의 펀드인 서드포인트는 SK스퀘어를 겨냥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드포인트는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와 지주사인 SK스퀘어에 투자한 후 물밑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DB손보, 코웨이 등에 공개주주서한을 보낸 상태다.
얼라인은 최근 DB손보 지분 약 1.9%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8개 항목을 제안했다. 또 다음달 3일까지 공개 서면 답변과 밸류업 플랜 재발표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다음달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내부거래위원회를 재설치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이사, 최흥범 전 삼정KPMG 파트너 등 독립이사 2인을 선임해줄 것도 요청했다.
얼라인은 지난해 12월 중순 코웨이에 두 번째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7가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최대주주 넷마블과의 이해충돌 해소를 명분으로 방준혁 의장 불연임을 요청했다.
코웨이는 전원 독립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고 '선임 독립이사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만 방 의장의 이사직 불연임은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1세대 토종 사모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 창업주인 도용환 회장이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에 밀려 미국계 미리캐피털에 경영권을 넘기고 은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주 행동주의 플랫폼 '액트(ACT)'도 눈에 띈다. 소액주주들은 액트를 중심으로 결집해 구체적인 주주제안을 하며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업계는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올해 주총에서 행동주의·소액주주 공세 한층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달 발표한 '2026 정기주주총회 프리뷰'에서 "올해 주총은 그 어느 해보다 격동적인 환경에서 치뤄질 것"이라며 "올해 주총 3대 요소로 상법 개정, 스튜어드십 코드, 행동주의펀드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율촌은 "얼라인은 지난해 12월 5개 상장기업에 대한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공시하며 적극적인 주주활동 의지를 드러냈고, 트러스톤자산운용, 라이프자산운용 등 공개적인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과 소액주주들 역시 올해 주총에서 배당요구,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및 기업가치제고와 관련된 주주제안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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