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1명 영천 거여초, 홀로 졸업식 열어
5년간 홀로 수업 정세율군 "떠나려니 아쉬워"
[대구=뉴시스] 이무열 이상제 기자 = "처음 학교에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친구들이 많은 중학교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경북 영천의 한 시골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단 한 명뿐인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영천 급호읍 거여초등학교는 10일 오전 강당에서 제64회 졸업식을 개최했다.
지난 1960년 거여국민학교로 승격된 이곳은 전교생 11명(2학년 2명, 3학년 2명, 4학년 2명, 5학년 4명, 6학년 1명)의 작은 학교다.
푸른 산과 작은 과수원이 둘러싼 학교 정문을 지나 교내로 들어서자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날 졸업식은 엄숙한 학교 행사가 아닌 작은 잔치 같았다. 졸업생이 정세율(12)군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정군은 전학 당시 동급생이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졸업 전까지 동급생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결국 홀로 졸업식을 치렀다.
그는 그간 복식학급을 이뤄 2학년 후배 2명과 함께 담임 김희진(32·여) 교사의 인도 아래 수업했다.
공도현(8)군은 "세율이 형은 착하고 잘 놀아주는 형이다. 형이 떠난다니 슬프다"고 전했다. 장성현(8)군은 "아주 친한 형이다. 떠난다고 하니 아쉽다. 동생이 들어온다면 세율이 형처럼 잘 챙겨줄 거다"고 밝혔다.
김 담임 교사는 "세율이는 정이 엄청 많다. 동생들도 잘 챙기고 학습 태도도 좋다"며 "올해 영동중학교로 입학하는 데 가서 상처받지 않고 단단하고 꿋꿋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성원(42) 교무부장은 "세율이가 계속 학년에 혼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 스스로 할 일을 잘한다"며 "자기주도학습과 습관도 잘돼있다. 무엇보다 동생들을 잘 챙긴다"고 설명했다.
한숙자(56·여) 거여초등학교장은 "세율이는 중학교 가서도 잘할 거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사춘기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등 어려운 시기가 있을 때 부모님과 대화를 통해 마음의 힘이 큰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내 시작된 졸업식은 졸업생 활동 영상과 후배들의 천진한 축하 메시지를 담은 영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됐다.
정군은 개근상, 영천시장상 등 상장 5여개와 여러 장학증서를 받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여식으로 분주한 전군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어진 졸업식 인사말씀에서 한 교장은 "끝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나침반과 같다. 더 많은 기회와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 멋지고 당당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졸업식이 끝나갈 무렵 정군을 많이 의지했던 학교 후배는 다시 정군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을 터뜨렸다.
정군은 올해 금호읍보다 상대적으로 학생이 많은 야사동의 영동중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어머니 김은경(47)씨는 "저희 아버지부터 제 아들 2명 모두 거여초등학교 졸업생이 됐다"며 "코로나 당시 작은 학교를 제외한 큰 학교에선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세율이의 3살 형도 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전학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급생 없이 5년간 학교에 다녀 부모로서 많이 걱정했지만, 아이는 지난 학교생활에 만족했다"며 "남들과 다른 추억을 가진 세율이는 특별한 아이다. 선생님들의 배려에 감사드리며 아이의 새출발을 응원한다"라고 했다.
정군은 그간 정들었던 초등학교를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중학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것에 기대하고 있다.
정 군은 "처음 전학 왔을 때 친구가 없어서 당황스러웠지만, 동생들이 있어서 외롭진 않았다"며 "몇 년 동안 여기서 정들었는데 떠나려니 좀 아쉽지만, 선생님들의 응원을 기억하며 중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하며 졸업식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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