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기억은 손에 닿을 수 있을까. 안종우 개인전 ‘우모레기 UMOREGI 埋れ木: 땅으로 자라는 나무’가 서울 삼청동 도로시살롱에서 22일까지 열린다.
도로시살롱의 2026년 첫 전시로 마련된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유년기 경험에서 출발한 기억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바탕으로 개인의 기억이 기록을 통해 어떻게 전환되고, 다시 사회적·역사적 기억으로 확장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안종우는 기억의 불완전성과 이를 보완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주목해, 사진을 매체로 기억과 기록의 관계를 사유해온 작가다. 태어나자마자 미국 버지니아주로 이주했다가 여섯 살에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돌아온 고향’이 아닌 ‘처음 마주한 낯선 장소’로서의 한국에서 강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했다.
사라져가는 고향의 기억을 붙잡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들여다보던 유년기의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 “왜 우리는 기억하려 하고 기록하려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연작 '우모레기 UMOREGI 埋れ木'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시각적 사유의 결과물이다.
‘우모레기’는 땅속에 묻혀 화석화된 나무를 뜻하는 일본어로, 한때 생명을 지녔으나 보이지 않는 상태로 존재하는 대상을 가리킨다. 작가는 이 개념을 인간의 기억에 비유한다. 기억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인양돼 현재로 호출된다.
작품에는 카라바지오, 제롬, 제라르 등 고전 회화 속 인물 이미지와 1980년대 미국 홈쇼핑 카탈로그에서 발췌한 신체 이미지와 텍스트, 조선시대 고서의 붓글씨가 한 화면 안에서 편집적으로 결합된다.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사적 기억과 집단적 기억이 교차하며 기억이 재구성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작가가 말하는 기억의 ‘에디토리얼(editorial)’이다.
안종우는 검프린트, 시아노타입 등 초기 사진 기법에 동양화 재료인 분채를 결합하는 실험을 이어왔다. 특히 네거티브 필름에 직접 손으로 개입해 이미지를 필사하는 과정은 시각적 기억에 촉각적 경험을 더하려는 시도다.
이번 전시는 사적인 기억과 기록에서 출발해 사회적·역사적 기억으로 확장되는 여정을 따라가며, 기억과 기록, 이미지와 신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실존은 어떻게 증명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안종우는 카이스트와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현업 디자이너로, 지난해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동양화를 공부하며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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