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집값·가계부채 시한폭탄, 그리고 침묵…'대한민국 금융위기'

기사등록 2026/02/10 10:56:45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정치인들과 관료들 역시 이기적 욕구를 가진 경제주체일 뿐이다. 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 또는 자신들이 대리하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높이거나 자산 가격을 높이기 위해 정책을 집행하게 되고, 때로 이러한 정책이 시장의 광기를 오히려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본문 중)

신간 '대한민국 금융위기'(이콘)은 '금융위기가 온다'는 경고에서 출발해, 왜 한국경제의 미래가 그렇게 보이게 됐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미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통해 위기의 전개 과정을 비교한다.

스웨덴의 금융 구조조정 사례가 시사점을 준다. 좀비 기업과 좀비 금융기관을 과감히 정리하자 자본은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혁신 산업으로 이동했고, 그 결과 스웨덴은 디지털 혁신 국가로 재도약할 수 있었다.

저자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하이먼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이론적 배경으로 삼아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조건과 누적 구조를 한국 경제의 사례에 맞게 정리한다. 위기를 촉발하는 위험 요인들이 어떻게 증폭되며, 결국 대형 금융위기로 이어지는지 국내외 사례를 들어 분석한다.

"결국 정치권의 의도적 외면, 언론과 학계의 침묵, 그리고 책임 부서의 부재와 감독 당국의 구조적 한계라는 네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며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키워왔다. '달콤한 마약'에 취해 자산가격이 높아지고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만 반길 뿐, 가계 파탄과 금융기관 파산,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비하지 않는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이 거대한 '책임의 공백' 속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는 곪아 터지기 직전이다." (198쪽)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체 의식'이다. 진정한 위기 극복은 내 집값만은 떨어지면 안 된다는 이기심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 지금의 높은 집값은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이다.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없고,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나라에서 비싼 아파트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385쪽)

이 책은 공포를 조장하는 예언서가 아니다. 저자는 "28년 동안 위기를 막고자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왜 같은 경고가 반복해서 무시되어 왔는지를 기록한 책이라고 말한다. 위기를 키운 것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경고를 외면해 온 사회 전체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이것저것 조금씩 개선하는 '땜질 처방'은 의미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거버넌스'이며, 해법은 이들 '파국의 설계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해체 과정에 있다. 이 견고한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경제위기는 이름만 바꾼 채 언제든 우리 앞에 반드시 다시 나타날 것이다. (437쪽)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