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사라지고 '사나카쓰'만 남아"…日언론 '일본형 포퓰리즘' 지적

기사등록 2026/02/10 11:47:51

닛케이 "오시카쓰 선거가 정당정치 녹였다"

다카이치 인기가 만든 압승…"정책 경쟁 실종"

[도쿄=AP/뉴시스] 지난 8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인터뷰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겸 집권 자민당 총재의 모습. 2026.02.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8일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한 이후 '다카이치 1강 체제'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책 경쟁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개인의 인기에 기대 거둔 승리가 서구식 사회 분열과는 다른 형태의 '일본형 포퓰리즘'이라는 진단도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0일 '오시카쓰(推し活) 선거가 녹여버린 정당정치…전후 민주주의에 고별장을 내밀다' 제하 기사에서 "이 압승은 정당 세력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구처럼 격렬한 사회 분열이나 충돌은 없지만, 조용히 정당정치가 녹아내리는 '일본형 포퓰리즘'의 한 도달점을 가리킨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8일 총선에서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재적 3분의2)인 310석을 웃도는 316석을 확보해 역사적 대승을 거뒀다.

닛케이는 과거 레이와신센구미,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이 취업빙하기 세대 대책이나 외국인 정책 등을 앞세워 침묵하는 다수의 불만을 가시화하며 바람을 일으킨 적은 있지만, 당시에는 정책이 중심에 있었다고 짚었다.

반면 이번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승 배경에서 "정책조차 사라졌다"며 "남은 것은 이해하기 쉬운 구도에 기대는 '사나카쓰'뿐"이라고 비판했다.

'사나카쓰'는 다카이치 총리의 애칭인 '사나'와 아이돌 등 '최애'(推し)를 응원·후원하는 활동을 뜻하는 '오시카쓰'(推し活)를 합친 신조어다.

닛케이는 정치인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조회수 1억 회를 넘긴 '다카이치 총재 메시지' 영상에 대해 "영상에는 정책을 설명하는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대신 두드러진 것은 '타고난 밝은 미소로 역경에 맞서는 히로인'이라는 라이트노벨 같은 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역경 속 히로인을 향한 비판이나 저항이 강해질수록 '불쌍하다'며 최애 활동이 가속하는 무적의 구도가 생겨났다"고 우려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중의원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지지자들이 도쿄 한 유세장에 모여 있다. 2026.02.09.

자민당 독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316석을 차지하면서 참의원(상원)이 부결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게 됐다.

거대 야당이었던 '중도개혁연합'은 의석이 종전 167석에서 49석으로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 결과 야권에서는 예산 수반 법안이나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중의원에서 단독 제출할 수 있는 '51석 이상' 정당이 한 곳도 없게 됐다.

닛케이는 중의원 선거 제도가 1996년 현행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로 전환돼 시행된 이후 이런 상황은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의 마이니치신문은 같은 날 사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힘의 사용법을 잘못해서는 안 된다"며 "총리가 독선에 빠지거나 손쉬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 신뢰를 붙잡아 두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마이니치는 '인기 의존'의 취약성을 거론하며 "기존 각종 지지단체가 약화되는 자민당은 바람(인기)에 기대는 체질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인기'가 꺼지면 정권이 역풍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두 번의 국정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대패했고 민의는 어지러울 정도로 행선지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아사히신문도 사설에서 "총리에 대한 지지가 곧바로 총리가 지향하는 정책 전반에 대한 시인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방위비 증액이나 스파이 방지법 등 '국론을 양분하는 정책'의 내용에 대해 총리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치 통째로 보증을 받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의 투표는 결코 백지위임이 아니다"라며 유권자가 정책 추진 과정과 합의 형성 노력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이 중의원 의석 3분의 2 이상을 갖고 있더라도 재의결을 통한 법안 처리는 자제하고 야당과 협력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AP/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6.02.10.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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