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ASF에, 산불에…설 앞두고 먹거리 물가 '비상' 오나

기사등록 2026/02/10 06:00:00 최종수정 2026/02/10 07:04:24

고병원성 AI 42건…확산속도 빠르고 추가확진 위험도↑

2월초에 ASF 발생건수 작년 전체 넘어…방역 불확실성

정부 "살처분수 비중 미미해 아직 수급 영향은 제한적"

전염성 강하고 겨울·봄철 집중 경향…추가발생 위험高

계란 가격 안정세…소·돼지·닭고기는 전년比 4~6% 높아

전국 곳곳서 산불 이어져…먹거리 공급 리스크 '확산'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사진은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계란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2026.01.07. 20hwan@newsis.com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최근 전국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축산물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크고 작은 산불까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설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겨울 고병원성 AI 벌써 42건…확산속도 빠르고 추가확진 위험도↑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2026년 동절기 기준 고병원성 AI는 전날인 9일까지 총 42건 발생했다. 이는 직전 동절기 같은 시점까지 총 34건 발생했던 것과 비교해 확산 속도가 더 빠른 수준이다.

이번 겨울철의 경우 고병원성 AI 첫 발생일(지난해 9월 12일)이 지난 겨울철(2024년 10월29일)보다 한 달 반가량 빨랐던 점이 확산 국면을 앞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국내에 일찍 유입될수록 방역 기간이 길어지고, 겨울 내내 오염원이 순환하면서 발생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축종별로 보면 닭이 27건(산란계 20건, 산란종계 1건, 육용종계 5건, 토종닭 1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오리 12건(종오리 6, 육용오리 6), 기타 3건(기러기 1건, 메추리 2건) 순이다.

특히 야생조류(44건)에서도 확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추가 확산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조류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몸에 지닌 채 장거리 이동을 반복하면서 농가로의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시즌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H5N1·H5N6·H5N9 등 3가지 혈청형 바이러스가 동시에 검출됐고, H5N1 바이러스는 예년보다 감염력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사진은 경기농협 공동방제단 방역차량이 지난 5일 경기 평택시 서탄면 한 농장에서 가축 질병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26.02.05. jtk@newsis.com
◆2월 초에 ASF 발생건수 작년 전체 넘어서…방역 불확실성↑

여기에 축산물 수급 불안을 더욱 키울 수 있는 ASF 확산세도 예년에 비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들어 전국에서 10번째 발생이 확인되며 2월 초 기준 이미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6건)의 1.6배를 넘어섰다.

경기(4건), 강원(1건), 전남(1건), 전북(1건), 충남(1건), 경남(1건)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산발적 발생이 전국적으로 이어지면서 방역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야생멧돼지 전파를 넘어 사람·물류 이동에 따른 외부 유입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방역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전날 출입기자단 대상 정례 간담회에서 ASF 확산 양상과 관련해 "통상 야생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옮는다고 알려졌는데 지금 발생하는 ASF의 경우 혈청형을 분석해 보니 네팔에서 유래된 것들이 꽤 있다"며 "이건 사람 간의 이동 혹은 물품에서의 유입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 정확한 원인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진은 지난해 11월4일 서울 한 마트 돼지고기 코너의 모습. 2025.11.04. myjs@newsis.com
◆"살처분수 비중 미미해 수급 영향 제한적"…전염성 강해 추가발생 위험高

정부는 산란계 및 돼지 살처분 수가 전체 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만큼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월 이후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 수는 128만여 마리로, 지난달 31일 기준 전체 산란계(8427만 마리·KAHIS 기준)의 1.5% 수준이다.

아울러 올해 ASF 발생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8만6433마리로 전체 사육 마릿수(1175만4000마리)의 0.74%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감염병들은 전염성이 매우 강한데다 겨울·봄철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여, 언제든지 추가로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는 향후 살처분 규모 확대 여부에 따라 축산물 가격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의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산란계 및 돼지 살처분 물량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니다"면서 "다만 추가 확진으로 살처분 규모가 더 커질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시작될 수 있어, 정부도 가축전염병 확산세에 대한 경각심이 높다"고 말했다.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사진은 지난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화성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 2026.02.09. jtk@newsis.com

◆계란 가격 안정세지만 소·돼지·닭고기는 전년比 4~6% 높아

다행히 최근 계란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일부 축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먹거리 물가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계란 소비자 가격은 특란 한판(30구) 기준으로 평균 6031원으로 전년(6694원) 대비 9.9%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평년(6489원)과 비교해도 7.1% 낮아 가격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 1+등급 안심 평균 가격은 100g당 1만5533원으로 1년 전(1만4561원)보다 6.6% 높은 수준에 판매되고, 평년(1만5225원)과 비교해서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도 100g당 평균 2666원으로 전년(2536원)보다 5.1% 뛰었고, 평년(2379원)보다도 6.5%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닭고기의 경우도 육계(식용 닭)는 ㎏당 5931원으로 1년 전(5683원)보다 4.4% 상승했고, 평년(5726원)과 비교해서도 3.5% 높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농축산물 물가 불안 요인이 소비자 체감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계란과 돼지고기 등은 사람들이 설 명절에 대부분 식탁에 올리는 재료라 수급 상황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며 "가축전염병이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살처분 규모도 점점 커져 체감 물가 상승으로 빠르게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뉴시스] 이은희 기자=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8시20분께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안동교차로 인근에서 재발화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모습. 2026.2.8 leh@newsis.com

◆전국 곳곳서 산불 이어져…먹거리 공급 리스크 '확산'

이런 상황에 산불 등 자연재난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공급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재발화를 거쳐 전날 오후 4시까지 임야 56㏊를 태웠다. 축구장 약 78개 규모의 산림이 소실된 것이다.

지난 8일에는 부산 동래구 쇠미산 금정봉 8부 능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발화 약 16시간 만에 완진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근 전남 여수, 강원 동해, 대전 동구 등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월은 대기가 건조하고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시기인 만큼 쉽게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다. 이에 따라 산불이 농축산물 생산 기반과 출하 여건을 동시에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방역과 산불 대응을 병행하면서 농축산물 수급 관리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필요 시 비축 물량 방출과 할인 지원 등 가격 안정 대책을 가동해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가축전염병과 산불 등 복합적인 위험 요인이 겹치는 상황인 만큼 수급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필요 시 신속한 물량 조정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먹거리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전경. (사진=농식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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