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넘어 이미지텔링…하우스 비트가 만든 K-팝 장르 미래
"'댄스음악 메인' 아이돌, 하우스 장르는 통과의례"
K-팝계 최근 인상적인 하우스 장르의 곡들이 쏟아졌다. 지난 2015년 샤이니(SHINee) '뷰(View)', 에프엑스(f(x)) '포월스(4 Walls)' 같은 K-팝 하우스 명곡이 나온 지 약 10년 만이다.
특히 '뷰', '포월스'을 작업한 영국의 프로듀싱팀 '런던 노이즈(LDN Noise)'가 최근 각종 음원 플랫폼 차트에서 무섭게 치고 나오는 키키 '404(뉴 에라)' 작업(편곡)에 참여한 지점은 향수도 자극한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개성을 인정 받는 K-팝 얼터너티브 그룹 '바밍타이거' 래퍼 오메가 사피엔(정의석)이 '404(뉴 에라)' 작사에 참여한 건 동시에 K-팝 창작자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다.
하우스 음악의 심장은 미국 공연 프로모터 로버트 윌리엄스(Robert Williams)가 1977년 시카고에 설립한 클럽 '더 웨어하우스(The Warehouse)'에서 뛰기 시작했다.
윌리엄스는 뉴욕의 지하 디스코텍에서 청년기를 보내며 음악적 감각을 익혔다. 이후 시카고로 건너가 뉴욕의 열기를 현지 관객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한 'US 스튜디오(US Studios)' 컬렉티브와 함께 활동했다.
그리고 이곳의 레지던트 DJ였던 '하우스의 대부' 프랭키 너클스(Frankie Knuckles)가 현대 댄스 음악의 판도를 바꿨다. 그는 기존 디스코 곡에 드럼 머신 비트를 입히고 릴투릴 테이프 편집 기술(디지털 장비가 없던 시절 자기 테이프를 자르고 붙여 음악을 재구성한 방식)을 동원해 더 길고, 최면적이며, 강렬한 4분의4박자의 음악을 창조했다. 디스코에 영향 받은 하우스는 정박자(4분의4박자)를 기반 삼은 반복적인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다.
흑인, 라틴계, 성소수자(LGBTQ+) 커뮤니티의 소외된 이들이 모여 밤새도록 춤추던 더 웨어하우스의 이 음악은 장소의 이름을 따 '하우스'라 불리게 됐다. 또 다른 최고의 하우스 DJ 론 하디(Ron Hardy)도 이곳 출신이다.
샤이니 '뷰', f(x) '포월스'가 K-팝 하우스의 문법을 정립했다면, 최근의 K-팝 하우스 흐름은 더욱 전방위적이고 정교하다.
라이즈는 '임파서블'에서 하우스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풋워크를 선보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내일에서 기다릴게'로 하우스의 서정적 가능성을 확장했다.
에스파 '위플래시'는 금속성 강한 '쇠맛' 테크 하우스를, 하츠투하츠 '포커스'는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유산을 계승한 세련된 딥 하우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유행은 얼마 전까지 K-팝을 지배했던 화려한 레이어와 폭발적 가창력의 '맥시멀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읽힌다. 하우스의 기계적이고 차가운 질감이 아이돌의 세련된 비주얼과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이미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단순한 복고를 넘어선 '앞서가는 미래적 감각'으로 소비된다. 과잉된 감정을 덜어낸 자리에 들어찬 정교한 비트가 오히려 더 높은 미학적 쾌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세계관을 기반으로 삼은 K-팝 스토리텔링이 K-팝 이미지텔링으로 변모 중인 셈이다.
복잡한 세계관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 그 자체의 박동에 몸을 맡기는 이 흐름은, 결국 하우스가 가진 본질적인 연결의 힘이 여전히 유효함을 K-팝을 통해 보여준다.
◆보깅(Voguing)과 글로벌 댄스 뮤직으로의 진화
K-팝 아이돌 음악은 태생과 확산부터 국내외 소수자들의 연대에서 출발했다.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 황금기에서 작품성 없는 음악 취급을 받았고, 처음 해외에서 주목을 받을 때는 소수 마니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삼았다. LGBTQ+ 지지를 받았고 K-팝은 보깅 같은 LGBTQ+ 문화를 자연스레 흡수했다.
일렉트로닉 댄스의 역사를 다룬 명저 '백 투 더 하우스'의 저자인 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국대중음악상'(KMA) 일렉트로닉 분과장)에 따르면, 하우스 음악은 주류 팝 음악에서 늘 비주류였다. 힙합, 록, R&B, 디스코, 솔 등과 비교하면 시도의 빈도가 낮고 히트한 예도 많지 않다. 태생적으로 클럽 음악이라 가볍게 보는 시선도 있고, DJ 파티에 최적화된 편곡 구조를 일반적인 보컬 팝 형식과 엮기가 어려워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변방이었다는 점이 현재는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저널리스트는 "작곡가들은 늘 차별화된 장르를 시도하고 싶어한다. 소수이기에 오히려 힙해진 상황"이라면서 "그런 면에선 더이상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지 않는 시대 속에서 팝 업계가 어떻게든 신선함을 보충하기 위해 특별히 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댄스 음악을 메인에 두고 활동하는 아이돌이라면 하우스 장르는 한 번쯤은 시도할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가 아닐까 싶다는 것이다. 그는 "싱글 혹은 EP 단위로 장르를 바꿔 컴백하는 분위기라 다양한 장르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데, 존재하는 댄스 장르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톺아봤다.
이 저널리스트는 이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비욘세가 하우스를 시도하거나, 찰리 XCX, 핑크팬서리스 같은 해외의 트렌드 리더들이 테크노, 개러지, 드럼앤베이스 같은 클럽 장르를 적극 도입한 것도 유행의 반영 맥락에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가요계에 활발하게 반영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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