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헤게모니 변화기류?"…李대통령 '맏형' 대한상의 정조준에, 경제단체 역학구도는

기사등록 2026/02/11 16:48:56 최종수정 2026/02/11 18:46:23

대한상의, 文정부 이후 '재계 맏형'

한경협(전경련), 朴정부 국정농단 연루

'文정부 비판' 경총, 잇단 감사·수사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05.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장으로 오면서 상법개정 등 기업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제단체 '맏형' 역할을 담당해왔던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역대급 위기'에 처했다.

최근 배포한 상속세 관련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통계를 두고 가짜뉴스 논란이 벌어졌는데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전사적으로 포화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과거 정부와의 관계로 위기에 처했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옛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의 사례가 주목받으면서 재계 대표단체 역학구도가 다시금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상의는 지난주 상속세 정책 대안을 건의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외부 기관에서 발표한 통계를 충분히 검증 없이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며 다시 한 번 깊은 사과를 표명한다고 9일 밝혔다.

특히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책임있는 기관인 만큼 면밀히 데이터를 챙겼어야 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대한상의 사무국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의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자료의 작성 및 배포 전반에 걸쳐 내부 검증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책임 소재를 파악해 응분의 책임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2024.11.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李대통령 "고의적 가짜뉴스, 민주주의의 적"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방식 다양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전 세계에서 부유층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 분석 결과를 들어 연간 한국 고액자산가 순유출 잠정치는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급증했고 영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라고 밝힌 것이다. 상의는 "50~60%에 달하는 상속세가 자본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해당 통계는 산출 방식과 방법론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 대통령은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법률에 의한 공식단체인 대한상의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인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정책을 만드는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여당도 연이어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정단체인 대한상의가 공신력도 없고 사실 확인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정보를 유통함으로써 국민과 시장, 그리고 정부 정책 전반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했다"며 "뒤늦게 사과문을 내놓고 최태원 회장도 재발 방지를 지시했지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제대로 안된 통계를 활용해 보도자료를 생산·배포한 대한상의는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으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한상의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文정부 때 전경련·경총 추락…'재계 맏형' 바뀔까
대한상의는 2021년 최태원 회장 취임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단체 모임을 주도하는 등 '재계 맏형' 역할을 담당해 왔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 위상은 변치 않았으며, 이재명 정부에서도 대통령 간담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도맡아 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맏형' 역할을 하는 경제단체는 정권에 따라 정치적·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수차례 위상 변화를 겪어왔다.
[서울=뉴시스]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 건물 앞 현판. (사진 = 한경협) 2025.07.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상의 이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현 한경협)가 대표단체 역할을 해 왔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추락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문제로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경총 역시 위상 추락을 면치 못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경총을 강하게 질타했으며 고용노동부는 경총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14년간 경총 상근 부회장으로 일하며 정책 비판에 앞장섰던 김영배 당시 부회장은 2018년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퇴직했으며 이후 횡령 의혹을 받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기업 입장을 대변하던 전경련, 경총이 크게 쪼그라들고 상대적으로 대한상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이번 대한상의 논란으로 전반적인 재계 분위기가 또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대한상의, 한경협, 경총 등 주요 경제단체들을 긴급 소집하며 기강 잡기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경제6단체를 불러 긴급 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가짜뉴스 사안에 대해 인식을 공유했다.

김 장관은 가짜뉴스에 대해 민주주의와 시장 질서를 동시에 훼손하는 명백한 '공공의 적'이라며, 명확한 원칙 아래 단호하고 일관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이달 말부터 주요 협단체들과 정책간담회를 정례화하기로 결정, 경제단체들을 수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상속세, 상법개정 등 기업 입장을 대변해 여러 목소리를 내 온 경제단체들은 한동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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