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한류 열풍에 '검은 반도체' 김 가격 급등…韓 소비자 '시름'"

기사등록 2026/02/06 15:36:58 최종수정 2026/02/06 15:54:23
[해남=뉴시스] 해상에 불법 설치된 김발. (사진=완도해경 제공) 2025.0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K-팝과 K-드라마 등 한국 문화 영향력 확대에 따라 김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 내 김 애호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영국 B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고 바삭하며 대체로 납작한 사각형 모양의 말린 해조류인 김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식탁을 지켜온 '소박한 식재료(humble staple)'라며 일부에서는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빗대 김을 '검은 반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BBC는 설명했다.

BBC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발표를 인용, 김 수출이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전했다. KMI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11억3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인 김 인기 증가는 K-팝과 K-드라마 등 문화적 영향력에 힘입은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를 보여준다고 BBC는 분석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에 깊이 빠져들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글로벌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20대 일본인 관광객 미키는 BBC에 "김은 K-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라서 알게 됐다"며 "일본에도 '노리'가 있지만 한국 김은 참기름과 소금으로 구워 맛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60대 관광객 비올라는 "감자칩처럼 그냥 먹는다. 더 건강한 대안 같아서 좋다"고 했다.

서울 전통시장에서 47년간 김을 팔아온 상인 이향란씨는 BBC에 "서구인들이 옛날에는 한국인들이 검은 종이 조각 같은 이상한 것을 먹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에게 김을 팔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는 모두가 이곳에 와서 김을 사 간다"고 말했다.

김 가격은 수요 증가에 맞춰 상승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김은 전통적으로 저렴한 간식이나 식재료로 인식돼 왔고 2024년 기준 장당 100원 가량에 팔렸지만 지난달 장당 150원에 팔리며 한국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향란씨는 "프리미엄 제품은 지금 장당 350원까지 한다"고 전했다. 김을 한 번에 500장 정도 대량 구매해 몇 달간 먹는다는 30대 소비자 김재라씨는 김값이 너무 올랐다면서 "가격이 그대로거나 더 오르면 아마 다시 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에서 조미김 공장을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김남인씨는 최근 5년간 생산량 대부분을 해외로 수출했고 수요 보다 공급이 부족해 공장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은 오랫동안 저렴한 식품으로 인식돼 온 만큼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며 "아주 작은 가격 인상도 소비자들이 즉각 체감하고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어 해외 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김 가격 상승 원인으로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 해외 생산 감소 등을 꼽지만 다수는 전 세계적인 수요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고 BBC는 전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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