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제티 명작을 한국어 가사로 초연…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기사등록 2026/02/06 13:16:57

명작 '사랑의 묘약'을 한국적 정서와 언어로 각색

27~28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서 공연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포스터. (이미지=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오페라의 언어 장벽을 허물고, 이야기 설정에 대한 이해와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어로 재창조된 오페라가 무대에 오른다.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는 오는 27~2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오페라 '양촌리 러브스캔들'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도니제티의 걸작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을 원형으로 하는 이 작품은 단순히 배경만 옮긴 것이 아니라, 연출가의 과감한 재해석과 각색을 통해 '일용 엄니', '중3', '츄리닝' 등 친숙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농촌 드라마의 패러디와 우리말 번안을 결합했다.

원작과 기본 줄거리는 동일하지만 이름과 캐릭터는 한국의 옛신문 기사처럼 표현된다. 순진한 청년 N군(네모리노)과 당찬 여성 A양(아디나)의 사랑 소동을 중심으로, 허세 가득한 B중사(벨꼬레)와 능청스러운 약장수 D씨(둘까마라)가 양촌리 마을 사람들과 얽히고 설키며 만들어내는 소동은 마치 실제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는 '러브스캔들'을 지켜보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과감한 각색 중에는 새 인물이나 위트있는 편곡도 포함된다. 원작에 없는 극의 관찰자 '염탐정'이 추가돼 A양 스캔들 취재를 위해 마을에 몰래 숨어들어오는 것으로 극이 시작된다. "나는야 사냥꾼"과 같은 텍스트가 구름 자막에 비춰지고 행동 연기만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이 마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기대감을 높이고,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 숨어 일어나는 사건들을 몰래 취재하는 동안 관객을 대표해 휴식을 요청하거나 마지막엔 극 속에 동화돼 함께 묘약을 마시며 막이 내린다.

또 음악은 원작 그대로이지만 한국어 가사에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통 클래식의 틀 안에서 7080 가요 풍의 가사를 연상시키는 구절을 패러디하고, 마지막 둘까마라의 아리아에서는 통기타만으로 반주하도록 편곡을 가미해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MZ세대에겐 '힙한' 신선함을 즐기도록 했다.

오페라 감상의 문턱을 낮추며 오페라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이 작품은 매 시즌 정교한 수정 과정을 거치며 단체의 독보적인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201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이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공식 초청(2016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2024년) 및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유통 사업(2025년) 등 다양한 지역 유통 활동도 활발히 해 왔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2025~2027년 선정 공연예술창작주체)을 받는다.
'양촌리 러브 스캔들' 공연 장면. (사진=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완성도 높은 번안과 구름 자막이다.

지난 9월 모짜르트의 '피가로 결혼'을 한국어로 공연해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한 번안"으로 호평 받은 정선영 연출가가 직접 각색, 번안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오페라 번안을 단순 직역이 아닌 장면의 근본적 의미를 우리 정서에 맞게 녹여낼 예정이다.

독특한 구름 자막 시스템은 한국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장치다. 자막을 무대 장치 속 구름 조각에 띄워 관객이 배우의 움직임과 음악, 의미가 시각적으로 일치돼 수용되게 한 것. 이는 원어 공연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으로 그 효과를 입증 받았으며, 이번 한국어 노랫말 초연에도 그대로 활용된다.

이번 공연에는 독일 브레멘 시립극장 전속 솔리스트 출신의 테너 김효종(네모 역), 독보적 가창력의 소프라노 김나연(아리 역), '노래하는 배우'로 불리는 스타 바리톤 김종표(B중사 역), 노련한 무대 매너의 바리톤 김경천(약장수 D씨 역), 차세대 소프라노 김혜정(짱나리 역) 등 실력파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공연 주최 측은 "'양촌리 러브스캔들'는 단순한 각색을 넘어, 서양의 고전 형식을 한국적 정서라는 그릇에 담아내려는 정선영 연출과 예술은감자다 단원들의 집요한 탐구와 신념이 응축된 결정판"이라며 "많은 관객들이 오페라라는 장르와 더욱 친밀하게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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