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인권'…법원, 대구희망원 피해자에 13억 배상 판결

기사등록 2026/02/05 19:20:33 최종수정 2026/02/05 19:40:26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lm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법원이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과 인권침해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1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구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김태균)는 5일 원고 전봉수씨가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3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전씨는 1998년 11월17일 대구시립희망원에 입소했고 2022년 7월5일 퇴소했다. 전씨는 같은 해 11월16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에 "1998년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설에 입소해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취지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과거사위는 대구희망원을 비롯해 서울시립갱생원, 충남 천성원, 경기 성혜원 등 전국 4개 시설에서 불법 단속과 강제수용, 감금, 폭행,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해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조사 과정에서 원고가 대구희망원뿐 아니라 1993년 3월11일부터 1998년 7월25일까지 충남 천성원 산하 부랑인 수용시설에서도 피해를 입은 사실을 추가 확인하고 진실규명 대상자로 인정했다. 이후 전씨는 국가배상법 제2조와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 판례 등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 대한민국 측은 "원고가 2017년 외출 후 스스로 시설에 재입소한 시점부터 민법상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지났다"며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과거사위가 진실규명대상자로 인정한 사실이 있은 후 3년이 지나기 전에 소를 제기한 것이 명백하다"며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단속돼 강제수용된 점 ▲수용 기간 법적 근거 없이 별도 시설에 격리·감금된 점 ▲감시·통제 아래 정당한 대가 없이 근로가 이뤄진 점 등을 인정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김태균 부장판사는 "장애인인 원고에 대해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다"며 "유사한 인권침해행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하고 예방하려면 피해자인 원고에게 적절한 배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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