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여파에 반도체·AI 인프라까지 번져
나스닥 이틀 연속 급락…시장, AI 충격 과대해석 논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가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섹터에서 시작된 매도세가 반도체와 AI 인프라 등 기술주 전반으로 확산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틀 연속 1% 이상 하락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정의 직접적인 계기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선보인 생성형 AI 클로드의 업무용 보조도구 '코워크(Cowork)'였다. 계약서 검토 및 법률 브리핑 자동화 등 특정 산업의 고유 영역을 겨냥한 이 도구가 공개되자, 시장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급격히 확산됐다.
UBS의 마이클 베르너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AI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기업 범위를 매우 넓게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하락이 전혀 돌발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소프트웨어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는 악화돼 왔기 때문이다. 아폴로 자산운용의 공동 대표인 존 지토는 지난해 가을 한 콘퍼런스에서 "소프트웨어는 이제 끝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해당 섹터에 대한 투자를 회피해 왔다.
실제 소프트웨어 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IGV 소프트웨어 지수는 지난해 고점 대비 약 30% 하락하며 밸류에이션이 반토막 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매도세는 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열린 시스코 라이브 행사에서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은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기존 도구들이 AI를 더 수용해 강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SAP 등 대표 우량주들이 내놓은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고, 아마존과 UPS 등 대형 기업들은 AI 도입과 함께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위기감을 키웠다.
WSJ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이제 AI 대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매출 성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며 "AI가 전문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대한 수요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겠지만, 단순히 '생존'하는 것만으로는 과거의 화려했던 주가 프리미엄을 회복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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