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얼굴인가, 도끼인가…최종태 ‘Face’ [박현주 아트에세이 ⑮]

기사등록 2026/02/07 01:01:00
최종태, Face 1980s Bronze 18.2 x 35.5 x 55(h)cm 7.2 x 14 x 21.7(h)in. 가나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도끼처럼 생긴 얼굴 앞에 섰다.
사람의 얼굴이라 부르기엔 납작하고,
조각이라 말하기엔 지나치게 침묵했다.

날은 가로로 뻗고
목은 가늘게 떨어진다.
베기 위해 태어난 형상 같지만
이 얼굴은 아무것도 베지 않는다.
다만 서 있을 뿐이다.

이것은 얼굴인가, 도구인가.
인간인가, 시대의 잔해인가.
질문은 끝내 답을 얻지 못한다.
이 얼굴은 설명을 거부하고
침묵을 선택한다.

구순을 넘긴 최종태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조각이란, 모르는 것이다.”


최종태 Face, 1987, Bronze, 93 x 28 x 105(h)cm, 36.6 x 11 x 41.3(h)in.가나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설명은 거기서 멈춘다.
그러나 오래 바라보면
이 얼굴은 도구가 아니라
시간처럼 느껴진다.
날이 아니라
버틴 흔적처럼.

그는 그 시간을
70년 동안 반복했다.
알지 못한 채로,
그러나 물러서지 않은 채로.

1970년대,
방구석에서 즉흥적으로 깎인 나무 얼굴.
계획도 해석도 없이
손이 먼저 닿은 형태였다.

1980년대,
얼굴은 도끼가 된다.
시대는 날카로웠고
침묵은 강요되었다.
의도하지 않았기에
압력은 더 정확히
형상에 스며든다.
분노는 없고
눌린 무게만 남는다.


Face 1998 Wood 34 x 20 x 65(h)cm 13.8 x 7.9 x 25.6(h) in.가나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얼굴은
누군가를 닮지 않았다.
대신 태도를 닮았다.
알지 못하면서도 떠나지 않는 태도,
확신 없이도 손을 멈추지 않는 태도.

그래서 이 얼굴은 남는다.
해결되지 않은 질문처럼,
끝나지 않은 문장처럼.
조각은 여전히 모른다.
그러나 모르는 일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이
얼굴이 된다.

그 얼굴은
모르는 일을 견디며 살아온
동시대 인간의 얼굴이다.

지금, 여기,
말없이 서서
우리보다 먼저
시간을 건너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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