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 비전 제시
전시·운영 구조 전면 재편…개관 시간 30분 앞당겨
CRM 체계 구축…유료화 논의 핵심은 관람 편의성
이건희 컬렉션·신라 금관 등 해외 전시로 세계화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650만 관람객 시대를 계기로 '보는 박물관'을 넘어 '머물고 참여하는 박물관'으로의 대전환에 나선다. 유홍준 관장은 "양보다 중요한 것은 질"이라고 강조했다.
유 관장은 3일 박물관 교육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작년에 관람객 650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숫자는 많은 국민이 우리의 문화 수준이 높아졌음을 함께 체감하게 한 성과"라며 "한국이 선진국으로서 높은 문화 수준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를 견인하는 'K-뮤지엄' 구현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래 관람 환경과 경험을 혁신하고, K-뮤지엄 자원의 가치 확장과 세계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박물관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연간 관람객 수가 650만7483명으로 개관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아트 뉴스페이퍼 2024년 조사 기준으로 루브르 박물관과 바티칸 박물관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올해 1월 관람객도 약 6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증가했다.
유 관장은 "이순신전과 인상주의전 등의 영향"이라며 "올해는 650만명에는 미치치 못하더라도 600만 명까지는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람환경·경험 혁신…CRM 구축·유료화 논의도 병행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날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비전 아래 ▲미래 관람 환경과 경험의 혁신 ▲K-뮤지엄 자원의 가치 확장과 세계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포용적 박물관 구현을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먼저 관람 환경 개선에 속도를 낸다. 박물관은 내달 16일부터 개관 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조정해 관람객 밀집을 분산하고, 8월에는 옥외 편의시설을 확충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연말까지는 고객정보통합관리(CRM) 체계를 구축해 혼잡 완화와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한다.
유 관장은 "CRM 구축은 향후 유료화에 대비한 조치"라면서도 "관람 인원을 줄이기 위해 유료화를 검토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 무료 관람이라고 해서 관람 질서나 태도가 방만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며 "문화 향유 수준이 높아진 국민의 관람 편의를 높이는 방향에서 유료화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박물관은 2029년까지 현재의 약 두 배 규모로 확장해 어린이·가족 관람객을 위한 국가 차원의 문화 학습 거점으로 조성한다. 43만 점에 이르는 소장품 규모에 비해 전시 공간이 부족한 현실을 중장기 과제로 삼아, 더 많은 문화유산을 국민과 공유하기 위한 공간 전략도 모색한다.
전시 운영 방식은 '관람'에서 '경험' 중심으로 전환된다. 디지털 실감 콘텐츠와 스마트 큐레이션을 결합해 몰입도를 높이고,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해 관람객이 전시의 주체가 되는 박물관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K-뮤지엄' 가치 확장…국제 교류·특별전 강화
박물관은 'K-뮤지엄'의 가치 확장과 세계화도 본격화한다.
오는 12일에는 '역사의 길'에 '대동여지도'를 전시하고, 26일에는 서화실을 명품과 주제 중심 전시 방식인 ‘시즌 하이라이트’로 재개관한다. 유 관장은 "봄·여름·가을·겨울 3개월마다 국보·보물급 작품을 선보이는 원포인트 전시로, 1년에 네 번 이상 찾고 싶은 박물관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요 특별전으로는 6월 국내 최초로 태국 미술을 소개하는 '태국미술', 7월 한식의 뿌리를 조명하는 '우리들의 밥상', 11월 근대 유럽미술을 다룬 '전쟁, 예술 그리고 삶', 12월 '마리 앙투아네트 스타일' 등이 예정돼 있다.
국제 전시와 교류도 확대된다. '이건희 기증품 국외 순회전'은 미국과 영국 주요 기관에서 2027년까지 이어지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전 '한국미술의 보물상자',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전 '신라, 황금과 신성함'등도 추진된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포용적 박물관…'지방시대'정책 강화
국립중앙박물관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포용적 박물관 구현에도 힘을 싣는다. 인구감소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국보순회전'은 3년 차를 맞아 상반기에는 경남 의령·전남 영암·충북 진천에서, 하반기에는 전북 고창과 경북 성주·청도에서 열린다.
전국 13개 소속 박물관의 고유 브랜드 육성도 병행된다. 전주박물관은 왕실기록문화유산 공간, 나주박물관은 복합문화관, 대구박물관은 복식문화관 등 지역 특성을 살린 전문 인프라를 확충하고, 14번째 소속관인 충주박물관 조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무장애 관람 환경 조성과 배리어프리 전시 강화, 생애주기별 참여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박물관'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취임 7개월을 맞은 유 관장은 "650만 명이라는 숫자는 박물관이 '사유의 공간' 조성 등 끊임없이 진화해 온 결과"라며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정원을 즐기고 쉬어갈 수 있는, 즐겁고 배움이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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