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연준 의장 지명에도 '약달러 흐름'…재무부와 메시지 혼선 지속
JP모건 "美 독주 시대 끝나고 글로벌 성장 국면 진입"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이어지는 관세 정책과 군사적 행동 등 불확실한 정책 결정이 달러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집권 1년간 누적된 정책 혼선에 해외 자산운용가들 사이에서 '정책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혼선에 대한 시장의 본능적인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며 "달러 가치는 올해 추가로 약 10%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의 매력이 약화되면서 대체 자산인 금값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제 금 가격은 지난 1년간 80% 가까이 상승했고 같은 기간 달러는 약 10% 하락해, 달러 불신에 따른 안전자산 쏠림 현상을 방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는 소식에 달러는 일시 반등하고 금값은 하락하기도 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의 큰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인 3.75%보다 훨씬 낮춰야 한다고 거듭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달러 약세 키우는 정책 혼선…기축통화 지위는 견고
달러 가치를 둘러싼 정부 내 메시지 혼선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달러 약세에 대해 "훌륭하다"고 언급했는데 이후 미국 달러화는 지난해 4월 관세 충격 이후 최대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강달러'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이자 연준 이사로 지명된 스티븐 마이런 등이 주장해 온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약달러 유도 구상)' 역시 달러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합의는 없었지만, 관세 정책 등 주요 정책 발표 이후 달러는 뚜렷한 약세를 보이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달러 가치를 절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외 해외 시장의 매력 증가도 달러 지위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지난 1년간 S&P 500의 수익률(약 14%)은 런던·도쿄·홍콩·토론토 증시의 상승률에 못 미쳤고, 브라질 증시는 44% 급등했다. JP모건의 프리야 미스라는 "미국 예외주의의 시대가 지나고, 전반적인 글로벌 성장이 나타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수는 일본이다. 일본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초저금리 시대의 종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 경우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던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회수되며 달러에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 규모는 7조 4000억 달러를 웃돌고, 미국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필수적인 투자 목적지로 평가된다. 대니얼 이바신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달러의 종말을 선언하는 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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