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송환된 한국인 피의자는 73명. 이 가운데 72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이 SNS와 데이팅앱을 통해 접근한 피해자는 800여 명에 달하고, 피해 규모는 48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애를 가장한 접근, 투자나 코인 권유, 각종 비용 명목의 송금 요구까지 수법은 익숙하지만 피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검거 이후’다. 경찰은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몰수·추징 절차에 착수했지만, 피해액 전부를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송환된 조직원 상당수가 범죄 조직의 말단이었고, 검거 당시 이미 손에 쥔 재산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수사 관계자들은 해외 사기 사건의 공통된 현실을 전한다. 범죄 수익은 조직 상층부로 집중되고, 하부 조직원들은 급여 형태로 일부만 받아 유흥이나 도박 등으로 소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으로 급여를 지급한 뒤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쳐 흔적을 감추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과거 사건에서도 반복됐다. 태국을 거점으로 활동한 한 사기 조직의 말단 조직원은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돌아간 돈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처벌은 무거웠지만, 피해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계가 로맨스 스캠 피해를 더욱 깊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범죄가 종결돼도 피해자는 금전적 손실과 함께 배신감, 자책감이라는 긴 시간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가 의심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대응이다. 금융기관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대화 내용과 송금 내역 등 관련 자료를 즉시 확보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 절차를 병행하는 방법도 안내되지만, 자금이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뒤라면 실질적인 회복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사후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범죄”라며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낯선 사람과의 금전 거래는 최대한 피하고, 감정적인 호소에 판단을 맡기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선이라는 조언이다.
해외 사기 조직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강화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체감하는 회복의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로맨스 스캠을 둘러싼 문제는 범죄의 끝이 곧 피해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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