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당·LS일렉트릭 등 6명 구속 기소
[서울=뉴시스]최서진 김래현 기자 = 검찰이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국민 생활필수품 담합 사건을 집중 수사해 5개월 간 5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지난해 9월부터 국민 식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원재료인 설탕·밀가루 가격 담합, 전기료 담합 사건을 수사해 대표이사 및 고위급 임원을 포함한 총 52명(법인 16곳, 개인 36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 6명은 구속 기소됐다.
◆제분사, '사다리'로 인상 정해…"공선생 들키면 안돼"
검찰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 변동 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해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제분사 6곳 및 개인 1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공정위에 2차례에 걸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대한제분과 사조동아원의 전·현직 대표이사 등 임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제분사들의 담합으로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1kg당 924원)까지 인상되었다가(2023년 1월) 그 후로도 담합 전 대비 22.7% 인상 수준의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은 제분사들 중 이른바 '메이저 3사'가 인상폭을 논의해 결정한 뒤, '마이너 4사'에게 전달해 가격 인상을 관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초 가격 인상을 제시하는 리스크를 피하고자 '사다리타기'로 업체를 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내부 회의에서 '공정위에서 문제될 수 있다', '시기, 폭을 업체끼리 조정해야 한다고 한다'. '공선생(공정위)에게 들키면 안 되니까 연락을 자제하자' 등 대화를 나눈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제분사 6곳 이외 다른 한 곳에 대해선 수사 협조를 고려해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에 따라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설탕가 과소반영해 이익…상급자 꼬리자르기
검찰은 국내 설탕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는 제당 3사가 설탕가격을 담합한 사건을 수사해 국내 1·2위 제당업체 대표급 임원인 김모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과 최모 삼양사 대표이사를 공정거래법위반죄로 구속 기소했다.
또 부사장·전무급포함 임원 4명, 실무자 5명 등 9명과 제당업체 2개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업체는 약 4년 동안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가 상승 시에는 설탕가격 인상에 신속히 반영하면서, 원당가가 하락하면 설탕가격 인하를 과소 반영하는 등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기간 동안 설탕 가격은 최고 66.7%까지 인상(2023년 10월)됐다가, 이후 원당가 하락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소폭 인하에 그쳐 담합 전과 대비해 55.6% 인상 수준의 여전히 높은 가격임이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가격을 엄청 올렸다가, 가격을 (그만큼) 안 내려 과소 인하하는 방식에서 영업이익률이 폭발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제당업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물가상승 우려를 이유로 설탕 가격을 낮춰달라고 권고하자 '정부 언플이 시작됐다', 'B사, C사 잘 버티라고 해라', '제당3사만 합의하면 절대 가격 못 내린다' 등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모 제당사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질 시점에 '너무 많이 지우면 증거인멸로 갈 것 같다', '자기가 올린 건 자기가 지워야할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당업체 상급자들이 '꼬리자르기'를 시도한 정황도 발견됐다.
한 제당업체 책임자는 '당신과 회사의 관계는 일치한다', '당신보다 상급자가 관여했지만, 당신으로 정리하는 건 꼬리자르기가 아니다', '회사도 끝까지 돕겠다' 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 협의'가 언급되는 등 하위 직원이 처벌을 받을 경우 2~3년 뒤 회사 계열사로 복귀시키겠다는 취지 대화도 발견됐다.
◆한전 "재수 없게 걸려"…조사 방어전략
검찰은 6700억원대 규모의 한국전력공사(한전) 입찰 담합에 연루된 사건 관계자들도 재판에 넘겼다.
LS일렉트릭과 일진전기 소속 전현직 임직원 등 4개사 임직원 4명이 구속 기소됐고, 관련 업체 임직원 등 7명 및 8개 법인이 각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 법인은 사전에 업체별 낙찰 건을 합의하고, 정해진 업체가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게 투찰 가격까지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총 6776억원 규모에 달하는 입찰에서 최소 16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건은 공정위 행정소송과 한국전력공사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전 관계자들은 내부 대책회의에서 '담합 아닌 게 어디 있나', '재수 없게 걸린 것' 등의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한전은 대기업간 가격 낙찰 합의 방식을 일부러 모호하게 대응하고, 공정위를 흔들어 수사 대상을 타사로 갈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의 내부 회의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결국 한전에 대해 '물량담합'으로 행정처분을 하는 데 그쳤고, 검찰 추가 수사로 입찰 담합 정황이 밝혀졌다.
한전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는 방어 전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반 형 낮아…"처벌 강화해야"
검찰은 "법인에 대한 과징금 또는 벌금 처분만으로는 담합을 실제 행하는 소속 구성원인 개인들에게 전혀 위하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범행을 실행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법위반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의 법정형을 두고 있다.
검찰은 "향후에도 서민들을 울리고 시장 경제를 교란하는 각종 민생 침해사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estjin@newsis.com, ra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