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최근 진행한 전 계열사 임원 세미나에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론'이 다시 거론됐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세미나에서 "숫자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공유했는데, 미중 갈등 속에 여전히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삼성의 위기 상황에 경각심을 갖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론은 지난 2007년 1월 처음 등장했다.
이 선대회장은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쫓아오는 중국과 앞서가는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같은 상황"이라며 "극복하지 못하면 많이 고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에도 그는 "5~6년 뒤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정신차려야 한다"고 위기 의식을 거듭 일깨웠다.
이후 이 선대회장이 샌드위치론 해체를 선언하기까지 5년이 더 걸렸다.
이 선대회장은 2012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2에서 "일본은 힘이 좀 빠졌고 중국은 한국을 쫓아오기엔 시간이 좀 걸린다"며 삼성을 비롯한 한국이 샌드위치 게임에서 승자가 됐음을 선언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이 선대회장의 샌드위치론은 다시금 삼성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회장은 중일 샌드위치에선 벗어났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중일 경쟁구도 사이에서 여전히 샌드위치 신세에 직면해 있다는 위기 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도만 바뀌었을 뿐 상황은 더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도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부문 실적이 좋아지며 매출과 분기 영업이익은 역대급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에서 기인한 호실적인 만큼 본원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상당수를 한국에서 만들고 있는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미국 내 생산 및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동일 설비 기준 한국보다 20~30%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만큼 삼성전자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반도체, 가전 등 주요 제품에 있어 중국 시장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삼성의 샌드위치 신세는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삼성다움'을 되살려 현재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임원 특별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다.
세미나 참석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를 수여하며 임원으로서 책임의식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이 세미나에서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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