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고립 가구 발굴·지원 모델 '끼리라면'
무료 라면·식사 공간 제공…반년간 6531건 방문
전국 20곳 견학 잇따라…남·해운대구, 개소 앞둬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 동구 범일동에 혼자 사는 중장년 A씨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날이 많다. 형편도 형편이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밥을 차려 먹는 일 자체가 점점 귀찮아졌다. 그런 그가 요즘엔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한 곳을 찾는다. 무료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공간, '끼리라면'이다.
작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A씨에겐 각별하다.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먹고 가는 동안 누군가와 말을 섞을 수 있어서다. 그는 24일 "여기만 오면 누가 말도 걸어주고, 눈도 마주쳐준다"며 "그게 참 고맙다"고 했다.
부산 동구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끼리라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은둔형 외톨이와 고립가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현장에는 복지관 직원과 주민협의체 구성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가 교대로 상주한다. 라면 제조 기계 사용법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이후 필요하면 복지관이나 구청과 연계해 복지서비스 상담과 지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라면 한 그릇의 효과는 수치로 이어졌다. 구에 따르면 사업 시작 6개월 만에 누적 방문 수는 6531건, 실제 이용 인원은 2187명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세 차례 이상 다시 찾은 셈이다. 사업은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적 고립 가구를 염두에 두고 기획됐지만 처음부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됐다. 그 결과 가출 청소년과 돌봄 청년 등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발길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복지 모델은 타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부산 남구와 해운대구는 '끼리라면' 운영 방식을 참고한 라면센터 개소를 준비 중이다. 경기도 안양시와 제주종합사회복지회관 등 전국 20여 곳의 기관과 지자체 관계자들도 동구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자발적인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24일에는 관내 한 어린이집이 원아와 교직원, 학부모들이 함께 모은 라면과 기부금을 '끼리라면'에 전달했다. 사업 취지에 공감해 라면을 박스째 기부하는 개인과 단체도 적지 않다. 이렇게 후원된 라면은 지금까지 1만 개에 이른다.
동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고향사랑기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했지만, 올해는 본예산에 관련 사업비를 편성했다"며 "구청은 공공요금과 보험료 등 기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임차료는 복지관이 후원금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본점의 호응이 커 2호점 개소도 연내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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