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작가는 누구일까. 답은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다.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 루시 워즐러의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위즈덤하우스)가 출간됐다. 애거사 사후 50주년을 맞아 그의 일생은 물론 작품세계 전반을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의 역사 커뮤니케이터이자 BBC 다큐멘터리 진행자로, 애거사 연구로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책에는 애거사를 향한 저자의 집요한 탐구가 담겼다. 인터뷰와 신문 기사, 크리스티 기록보관소, 편지 등을 바탕으로 그의 세계를 복원했다. 작가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사, 첫 책의 출판 과정 등 주변인물과 환경까지 함께 조명한다. 책 서두에 애거사의 족보를 수록한 점에서도 이러한 접근이 드러난다.
위즐리는 '저자의 말'에서 "애거사는 소설을 20억 부나 판 사람이면서 공문서에 직업을 적어야 할 일이 있으면 늘 '주부'라고 적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애거사는 늘 외부인이자 구경꾼의 관점을 유지했다"며 "이 책은 왜 애거사가 평생 평범한 척하면서 살았는지 살펴본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왜 왜거사가 평생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려 했는지를 추적한다. 실제로 애거사는 자신의 명성을 의도적으로 숨기며 살았다. 누군가 알아보더라도 두 번째 남편의 성을 따라 자신을 '미시즈 맬로윈'이라고 소개했다. 세상을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려는 이 태도는 그의 소설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독극물 역시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애거사가 쓴 탐정소설 66권 중 41권에는 독극물을 이용한 살인, 살인미수, 자살 장면이 등장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로 일하며 약물에 익숙해진 경험 때문이다. 약제사조합 보조원 시험을 준비하며 남긴 노트에는 알칼로이드, 스코폴라민브롬화수소산 등 다양한 독극물 이름이 기록돼 앴다.
1921년 데뷔작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역시 독약 살인이 핵심 설정이며, 약제사 '신시아'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작품 속으로 스며든 셈이다.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영감 역시 실제 체험에서 나왔다. 1931년 12월, 애거사가 니네베에서 돌아오던 중 홍수로 기차가 이틀간 멈춰섰던 사건이 출발점이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수식어 뒤에 가려졌던 애거사 크리스티의 또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그의 삶과 경험을 알고 다시 작품을 읽는다면, 익숙했던 소설이 다른 결로 다가올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