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연명 서한 보내 엡스타인 하원 증언 거부

기사등록 2026/01/14 06:56:53 최종수정 2026/01/14 07:14:24

“엡스타인 관심을 트럼프에서 민주당 인사로 돌리려는 것”

“선제적 진술서 제출…다른 소환 대상 7명도 증언 면제”

하원 감독위 “불출석, 의회 모독죄 처벌” 경고…10만 달러·1년 징역

[워싱턴=AP/뉴시스] 빌 클린턴 (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지난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 입장하고 있다. 2026.01.14.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는 13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한 하원 증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부부는 이날  제임스 R. 코머 하원의원(공화·켄터키)에게 A4 용지 4쪽 분량의 서한을 두 사람이 함께 서명해 보냈다.

NYT는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인 코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과의 관계에서 관심을 민주당 인사들에게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가 입수한 서한에서 클린턴 부부는 “모든 사람은 싸울 준비가 되었다고 느낄 때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고 말했다.

코머 의원은 클린턴 부부가 비공개 심문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법정 모독죄로 처벌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코머 의원은 빌 클린턴에게는 13일, 힐러리에게는 14일까지 출석 시한을 통보했다.

출석 마감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 클린턴 부부는 출석 의사가 전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들은 소환장이 “무효이며 법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8페이지 분량의 법률 서한을 제출했고 코머 의원을 상대로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클린턴 부부는 서한에서 코머 의원이 위원회에 소환했다가 증언을 면제받았던 다른 7~8명의 전직 법 집행관들로부터 받았던 것과 유사한 진술서를 자신들도 선제적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부부는 코머 의원이 정치적인 의도가 담긴 절차를 추진하기 위해 의회를 마비시키고 있으며 “말 그대로 우리를 투옥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클린턴 부부는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은 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둘은 코미 의원이 자신들을 의회 모독죄로 기소하고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려는 의도로 관련없는 수십 년 된 사진들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코미 의원은 13일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재를 나타내기 위해 의자를 비워두고 그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부부를 법정 모독죄로 신속하게 기소할 생각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클린턴 부부가 증언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감독위는 의회 모독죄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 의결과 법무부 기소를 거쳐 유죄가 선고되면 10만 달러(약 1억 4700만원)의 벌금과 징역 1년에 처해질 수 있다.

클린턴 부부는 제너앤블록 로펌의 의회 조사 담당 공동 대표이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주요 공화당 인사들의 법률 고문을 역임했던 애슐리 캘런을 영입해 하원 감독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과 소통하도록 했다.

클린턴 부부는 정치 스캔들에 휘말린 의뢰인들을 변호한 것으로 유명한 베테랑 변호사 애비 로웰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NYT에 따르면 클린턴 부부는 의회 출석 증언을 피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그들의 오랜 변호사인 데이비드 E. 켄달은 클린턴 부부가 위원회에 선서 진술서만 제출하면 된다는 주장을 상세히 설명하는 서한을 세 차례 보냈다.

캘런과 켄달은 12일 밤 11시 코머 의원에게 보낸 더욱 강경한 어조의 법적 서한에서 소환장이 유효한 입법 목적이 없기 때문에 무효이며 법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한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전례 없는 권력 분립 침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클린턴 부부 소환장은 공개적으로 괴롭히고 망신주려는 시도이자 행정부의 법 집행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위원회가 클린턴 부부에게 직접 증언을 강요하려 한 시도는 대법원 판례에서 명시된 의회의 조사 권한 제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해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에서 한 여성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친밀한 자세로 앉아 있는 사진과, 엡스타인 범행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또 다른 여성과 욕조에 함께 들어가 있는 사진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엡스타인은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17차례 백악관을 방문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그의 전용기를 25차례 탑승하는 등 두 사람이 오랜 기간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엡스타인은 2019년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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