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의 가치…"흔한 물건도 소중한 민속자료"
올해의 주요 사업, 상설 1관 '세계 민속관' 개편
2031년 세종관 개관…"지역 분관 없는 건 전략적 미스"
"관람료 유료화? 무료 유지하되 기부문화 도입해야"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실에서 진행된 신년 라운드 인터뷰에서 일상 속에서 사용된 흔한 물건도 소중한 민속 자료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기증받은 물품 중 명품 브랜드 구찌의 '여우 목도리'도 있었다.
그는 "명품은 현대 한국인들의 로망이 담겨 있는 물건인데 왜 안모으겠는가. 저는 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우 대가리 장식을 입으면 젊은 MZ세대들은 깜짝 놀랄 텐데, 옛날 어머니들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어머니들은 구찌 여우 목도리를 신랑이 안 해준다고 화가 나거나 속상해했다"며 "여우 머리와 발톱이 달린 목도리를 저희가 기증받았다"고 했다.
장 관장은 인터뷰 내내 '현대 민속품' 수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심지어 그의 명함 뒷면에는 '"이런 게 기증이 되나요?" "네. 됩니다!" 일상의 작은 흔적도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중하게 간직합니다.'란 문구가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일종의 기증 캠페인인 셈이다.
"민속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고 현대 한국인들의 일상의 모습을 차곡차곡 기록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만나는 한 분 한 분이 갖고 있는 그런 자료들을 기증 받고 싶은 겁니다."
그는 또한 자신의 할아버지가 남기신 진주교대 성적표부터 육군 논산훈련소 훈련병 시절 달았던 본인 명찰, 시차 대조표, 수십 년전 국립민속박물관 입장권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개인의 역사가 들어있는 물품들을 들어보이며 웃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에게 더욱 인기가 많은 박물관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관람객의 약 60%인 135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람객들이 이 곳을 다녀갔다. 외국인 관람객 수만 놓고 보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외국인 수의 5배가 넘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역대 최다 650만 관람객 수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수가 전체의 약 4%에 불과했다.
장 관장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외국인들이 찾는 명소가 된 이유를 '한국인의 일생'을 다룬 전시에서 찾았다.
그는 "지난해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정기 조사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외국인 방문객 수가 많은 이유는 '볼거리가 많아서'다"라면서 "한 역사 공동체의 일생이나 1년을 다루는 전시는 굉장히 보기 드물다. 예컨대 프랑스인이나 미국인의 일생을 다룬 전시관은 이 정도 규모의 전시관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희 박물관에 많은 외국인 관람객들을 모시고 오는 가이드들이 이 콘텐츠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생이나 1년은 일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소재와 매우 밀접하게 닿아 있기 때문에 재미있고 친숙한 소재다. 굉장히 평범해 보이지만, 우리는 1993년 이후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정 관장은 올해 민민속박물관의 핵심사업인 상설 전시 제1관 새단장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저희 박물관 업무 영역이 한국 문화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민속 문화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세계 민속 전시를 전개해 나나겠다. 세계 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야와 이해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상호문화 이해를 통해서 외국 문화를 존중하고 또 공감하는 문화를 하나하나 형성해 나가는 것이 결국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우리가 세계의 중심 국가로 가는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세계의 여러 문화를 들여다보려는 의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정책 목표가 돼야 하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립민속박물관은 기존 한국 콘텐츠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오는 12월 '세계 민속관'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세계 민속관은 국립민속박물관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북한 민속'이다. 장 관장은 "북한은 우리 민족 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현재 체제 특성상 전통문화가 많이 잊히거나 변형됐다"며 실향민 1세대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는 작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올 가을 서울 본관에서 '북한 민속'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나아가 실향민이 많이 거주하고 임진각과 인접한 파주관에 2030년까지 북한 민속 전담 상설 전시관을 구축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밝혔다. 현재 박물관은 해주 항아리, 박천 반닫이 등 1500여 점의 북한 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2031년 서울 경복궁에서 세종시로 박물관을 이전 및 확장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 관장은 "세종시 박물관은 세계 민속과 디아스포라 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디아스포라 자료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 관심사항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인간의 경험을 축적해 놔야 다른 환경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교훈이 된다. 이게 박물관의 기본 기능"이라며, 지역의 고유한 민속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할 거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박물관 유료화 논의가 나오는 것에 대해 장 관장은 "박물관들이 100%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미 입장료를 내고 있다"며 무료 관람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자국민에 대해 입장료 무료를 유지하고, 외국인 관람객에 대해서만 소정의 입장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한국의 박물관은 홍보 측면이 더 강하다"며 "민속박물관은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대신 그는 "'뮤즈'를 사는 분들이 그것으로 입장료를 대신 내고 있을 수도 있다. 또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감동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네이션(기부) 함'을 전면적으로 설치한다면 어떨까"라면서 관람객들의 기부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붉은 말'의 해와 관련, 장 관장은 "말은 힘과 스피드와 자유로움 등 3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며 "그 세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민속박물관의 목표를 향해서 정말 열심히 뛰어볼 작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