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1대1 결투 벌이다 1명 숨져
경찰, '결투죄'로 20대 가해자 체포
日선 합의 있어도 '결투' 자체를 금지
형법상 폭행죄보다도 형량 무거워
이 결투죄는 여전히 효력이 있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드문 법률인데, 최근 도쿄의 한 번화가에서 이 결투죄가 적용되는 사건이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합의 뒤 토요코 광장서 1대1 결투…며칠 뒤 1명 숨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경시청 폭력단대책과는 치바현 야치요시에 거주하는 무직자 아사리 후즈키(26)를 결투 및 상해치사 혐의로 지난 7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아사리는 지난해 9월23일 오전 4시께 주거·직업 불명의 마쓰다 나오야(당시 30세)와 서로 폭행을 가하는 데 합의한 뒤 도쿄도 신주쿠구 가부키초 토요코 광장(시네시티 광장)에서 1대1 결투를 벌여 주먹과 발로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해 지난해 10월12일 마쓰다가 신주쿠구 내 한 병원에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두 사람의 결투는 약 10분 간 이어졌으며, 아사리가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리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한다.
마쓰다는 싸움 직후에는 의식이 있었지만 사흘 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결투 약 3주 후 결국 숨졌다. 사인은 뇌에 손상을 입은 데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경찰은 결투로 인한 상해가 사망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아사리와 마쓰다는 처음엔 함께 장기를 두는 등 평범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후 말다툼이 벌어지면서 싸움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아사리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미안하다"고 진술했으며, 말다툼 계기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투죄, 합의 있어도 '결투' 자체를 금지…폭행죄보다 형량 무거워
일본 법률전문매체 벵고시닷컴에 따르면 결투죄는 1889년(메이지 22년)에 제정된 오래된 법률로, '결투죄에 관한 건'이라는 법률에 규정된 범죄다.
이 법률은 결투를 신청하거나, 이에 응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또 결투를 중재·주선하거나 감독·관리하는 등 입회(立会) 하는 것 역시 금지한다.
실제로 결투를 한 경우엔 이 법률에 따라 '2년 이상 5년 이하의 구금형'을 받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았더라도 적용된다.
이는 형법상 폭행죄보다도 무거운 법정형이다. 폭행죄는 2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30만엔 이하의 벌금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결투'란 일반적인 싸움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 법률에서 결투란 서로 살상에 이를 수 있는 폭행을 가하는 데 합의한 뒤 싸우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쪽이 마지못해 싸움에 휘말려 대응하고 있는 경우라면 결투가 아닌 단순한 싸움(상호 폭행)이라고 할 수 있다.
◆기자 상대로 결투 신청한 사건이 법 제정 시발점
이 법률이 제정된 배경은 흥미롭다. 참의원 법제국 공식 홈페이지에는 '결투죄에 관한 건'의 제정 배경에 대해 나와 있는데, 1888년(메이지 21년) 신문기자였던 이누카이 쓰요시에게 누군가 결투를 신청한 것이 시발점이라고 한다.
당시 이누카이는 이 결투 신청을 거부했고,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사건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이 잇따라 결투 신청을 하는 일들이 벌어졌으며, 결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 논의에선 '결투는 문명의 꽃'이라며 무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국은 서구형 결투 풍습이 일본에 전파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 결국 그 다음해에 특별법으로 '결투죄에 관한 건'이 제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투죄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이 범죄가 단순히 개인의 신체뿐 아니라 사회의 평온과 질서까지 침해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라고 벵고시닷컴은 설명했다. 사전에 합의한 계획적인 폭력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풍조를 사회에 확산시켜, 우발적인 싸움보다 더 사회 질서를 어지럽힐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합의 있으면 불법 아냐…다만 지나치면 위법
한편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합의 하에 쌍방 간 폭행이 이루어질 경우 '피해자의 승낙' 법리에 따라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가 침해의 결과 등을 인식하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로 폭행을 승낙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쌍방 간 폭행에 대한 승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는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만약 가해자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공격을 지속하고, 중상해나 사망 등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피해자의 승낙 법리가 적용되지 않아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흉기나 도구를 사용해 치명상을 입혔을 경우에도 승낙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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