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기부금 완납…내년 9월 개관 전망
오늘 김병주 구속 심사…선례 없어 서울시 고심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광장 서울도서관에 이은 2번째 시립 도서관인 '김병주 도서관'을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짓고 있다.
도서관 이름은 건립 비용 중 절반 수준인 총 300억원을 기부한 김 회장 이름을 따서 지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간 김 회장은 미국 사회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중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언어와 문화를 익혔던 경험을 토대로 도서관 건립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이 도서관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달라고 요구했고 서울시는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김병주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써 예우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도서관 명칭으로 명칭을 본인 이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의사 표시를 당연히 했을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기부심사위원회에 갈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기부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 3조는 '예우라 함은 기부자에 대해 시장 명의의 표창 또는 감사장 및 감사패 증정, 건물 및 공간명칭 부여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김병주 도서관은 서대문구 북가좌동 479번지(3486㎡)에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9109㎡ 규모로 건축된다. 총사업비는 675억원이다.
인접한 가재울 중앙 공원과 어우러지는 '공원 속 도서관'이자 '가족 친화적인 문화 공간'이 조성된다. 지상층은 필로티(기둥방식) 구조로 만들어 공원과 연결된 야외 독서 마당으로 꾸민다. 공연장 같은 옥상 정원도 생긴다.
도서관 내부에는 최대 5m에 이르는 층고를 확보해 개방감을 준다. '엄마아빠VIP존', '이야기방', '어린이 문화교실' 등 가족 단위로 도서관을 찾는 시민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을 마련한다.
국내 공공 도서관 최초로 로봇이 도서를 찾고 배치·대출대로 전달하는 시스템인 '자동화서고(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ystem, ASRS)'를 도입한다. 통유리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동서고 갤러리도 만든다.
김 회장 기부금 300억원은 지난해 3월 완납됐다. 이를 바탕으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 5월 완공 예정이다. 도서관 개관 시점은 내년 9월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이 구속 기로에 놓이면서 서울시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회장에 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검찰은 김 회장 등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경영진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상태에서 대규모 단기 채권을 발행한 후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을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지자 일각에서는 김병주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써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시민 단체와 노동계는 건립비용 675억원 중 절반이 안 되는 300억원을 기부한 김 회장의 이름을 공공 도서관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서울시 역시 고민에 빠졌다. 김병주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고수했다가 자칫 홈플러스 상인들과 고객들에 피해를 입혀 비판에 직면한 김 회장을 옹호하느냐는 시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물론 타 지자체에서도 김 회장처럼 이름을 공공시설 명칭에 붙일 정도로 고액을 기부한 사람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수사기관, 법원을 들락거리게 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 관련 언론 보도가 있었고 관련 사태 흐름 등을 저희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도서관 명칭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시는 고액 기부자 일탈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6월 '기부자 예우제도 개선 계획'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기부자는 서울시에 기부 동행 서약서를 내야 한다.
서약서에는 '사회적 물의나 공공의 신뢰를 해치는 사안이 있을 경우 예우가 중단될 수 있음을 서로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2월 기부의 날 행사 당시 처음으로 서약서 작성이 이뤄졌다.
나아가 시는 서약서 작성 등 내용을 서울시 기부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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