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 기구 탈퇴 빈자리 노리는 中…‘국제 사회 신뢰 부족’이 걸림돌

기사등록 2026/01/09 11:29:53 최종수정 2026/01/09 13:20:24

中 “다자주의, 정글의 법칙 확산·힘이 곧 정의 사고방식 회귀 막아”

“미국 우선주의, 조약과 국제기구를 일회용 도구처럼 취급”

전문가 “중국도 자국에 유리한 국제기구 선택적 지원” 지적도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트럼프-케네디센터에서 열린 연방 하원 공화당 의원 연례 정책 워크숍에서 연설을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가며 춤추고 있다. 2026.01.09.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유엔 산하 기구와 국제 기구 등 66개 국제조직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중국에게는 기회와 도전 과제를 동시에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찰자들은 다수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물러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의 리더십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국제기구 탈퇴에 대해 “유엔을 중심으로 한 세계 거버넌스의 기반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다자주의 체제만이 정글의 법칙 확산과 힘과 폭력이 곧 정의라는 사고방식의 회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 시립대 국제관계학과 쩡징한 교수는 미국이 1945년 이후 체제의 설계자이자 집행자에서 국제 질서의 주요 교란자로 변모해 중국이 영향력 확대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쩡 교수는 미국의 다자 기구 참여 및 자금 지원 중단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념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후퇴가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지속적인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탈퇴 결정이 번복되더라도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에 대한 전략적, 평판 손상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세계가 미국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아마도 수십 년 동안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푸단대 션딩리 교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조약과 국제기구를 일회용 도구처럼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션 교수는 “미국은 국제기구가 유용할 때는 활용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폐기해 이념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오로지 실용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의 후퇴로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여지가 커졌으나 그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석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전했다.

쩡 교수는 미국의 국제기구 후퇴로 중국에 기회가 생겼지만 경기 둔화, 제한적인 소프트 파워,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의 지지 부족 등 여러 제약에 직면해 있다고 쩡은 말했다.

그는 “중국 역시 신뢰 부족에 직면해 있다”며 “여러 면에서 중국은 미국과 매우 유사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고 지적했다.

즉 중국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기구는 지원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는 국제기구는 거부하는 방식으로 국제기구에 선택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션 교수는 중국이 국제기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때 지나치게 무리하는 것을 피하고 신중을 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션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메울 능력도 필요도 없으며, 그렇게 하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덩샤오핑 전 지도자의 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린다)’ 전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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