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양국 방위협약 따라 이미 가능한 일
NYT "국가안보 내세운 트럼프 주장 근거 없다"
덴마크·그린란드 반대하는 양도 필요하지 않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미국은 냉전시기 체결된 협약에 따라 얼마든지 그린란드 주둔 미군을 늘릴 수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그린란드를 사거나 점령할 필요는 이미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에 있는 덴마크의 개썰매 부대들을 조롱하고 해안 근처를 배회하는 정체불명의 중국과 러시아 선박들을 거론하면서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냉전 시기의 협정에 따라,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에서 광범위한 군사적 접근권을 누리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이 섬의 매우 외딴 한 구석에 기지 하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협정은 그린란드 전역에 걸쳐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설치하고, 유지하며,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병력을 주둔시키며”, “선박, 항공기, 수상 운송 수단의 착륙, 이륙, 정박, 계류, 이동 및 운항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협정은 1951년, 3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린란드를 식민 지배해 왔고 지금도 그린란드를 영토로 두고 있는 덴마크와 미국이 체결했다.
덴마크 국제연구소의 미켈 룬게 올레센 연구원은 “미국은 그린란드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정중하게 요청하기만 한다면, 미국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얻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린란드를 사거나 점령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린란드는 누구에게도 팔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덴마크는 팔 권한도 없다고 올레센은 말했다.
과거에는 덴마크가 결정권자였으며 1946년 덴마크는 실제로 트루먼 미 대통령 정부가 제안한 금 1억 달러 상당의 매입 제안을 거부했다.
오늘날은 상황이 다르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이제 독립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덴마크 당국자들은 이 섬의 5만7000명 주민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주민의 85%가 미국의 인수 구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매입 발상을 거듭 비웃어 왔으며 지난주에도 “우리 나라는 매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2004년 미국과 덴마크 사이의 방위 협정 개정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미군의 작전이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미국-덴마크 그린란드 방위 협정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형성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당시 덴마크는 나치 독일에 점령돼 있었으며 덴마크 정부와 연락이 끊겨 있는 미국 주재 덴마크 대사가 미국과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체결했다.
북미 대륙에 인접해 북극해를 따라 자리한 그린란드를 나치가 점령하면 미국으로 향하는 교두보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었다.
독일군이 그린란드의 동해안에 소규모 기상 관측 기지를 설치해 유럽 전투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군이 독일군을 몰아냈고 수천 명의 병력과 활주로 기타 군사 시설을 갖춘 10여 개 이상의 기지를 그린란드에 세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미국은 일부 기지와 조기경보 레이더 기지들을 계속 운영했다. 냉전이 끝나면서 피투피크 우주기지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기지를 폐쇄했다. 북극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을 추적하는 기지다.
덴마크도 개썰매를 이용해 장거리 순찰을 하는 특수부대 등 수백 명의 병력을 그린란드에 배치하고 있다.
미군이 니컬러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직후 스티븐 밀러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그린란드를 두고 미군과 싸우려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덴마크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그린란드 외교장관이 지난 6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회담을 요청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며칠 전 1951년 협정을 거론하면서 “오늘날 양국 사이에는 이미 방위 협정이 있으며, 이는 미국에 그린란드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미국에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공격한다면 국제 질서의 종말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지도자들도 6일 성명에서 1951년 협정을 언급하면서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사람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방위 협정을 내세워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고 그린란드를 점령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2004년 개정안에 따르면, 미국은 섬에서 군사 작전에 “중대한 변화”를 가하기 전에 덴마크와 그린란드와 협의하도록 돼 있으며 그린란드를 “덴마크 왕국의 동등한 일부”로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피터 에른스트베드 라스무센 덴마크 국방 전문가는 “덴마크에 기지나 비행장, 항구를 건설하겠다고 통보만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옌스 아드세르 쇠렌센 덴마크 의회 전 고위당국자는 “안보 상황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왜 방위 협정의 메커니즘을 사용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린란드의 전략적 위치만이 트럼프의 관심사는 아니다.
이 거대한 섬에는 빙하 아래 막대한 양의 핵심 광물들이 묻혀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그린란드가 거의 모든 나라와 사업하는데 열려 있다며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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