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서욱 등 항소 포기…무죄 확정
정부 "이상한 논리" "포기 당연" 압박
[서울=뉴시스]최서진 박선정 기자 =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실 은폐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1심 무죄 판단에 관해 '일부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 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수사팀과의 충돌 등 여파, 유족의 반발, 항소의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여당의 압박 속에도 일부 혐의 2심 판단을 받아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병주)는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관해서만 항소를 제기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는 "항소의 실익 등을 고려해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선 항소를 포기해 전부 무죄가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고위 당국자들의 정책적 판단에 대한 수사 부분은 제외하고, 서 전 실장 및 김 전 청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한 것이다.
검찰은 월북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로 인해 고(故) 이대준씨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다시 한번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앞서 지난달 26일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에 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검찰이 항소 시한인 이날 오후까지도 항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던 데에는 정부여당의 공개발언 등 잇따른 압박이 배경이 됐단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상한 논리로 기소해 결국 무죄가 났는데, 없는 사건을 수사해 사람을 감옥에 보내려 시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법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권한 내에서 그 당시에 했던 여러 가지 조치들을 다 뒤집어 엎으려고 상당히 의도된 수사였던 건 명백한 거 아닌가"라며 검찰 수사를 "사실상 정치 보복 수사"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일부 범죄사실의 사실 오인, 법리 오해, 양형 부당 등을 더 다툴 여지가 있다는 수사·공판팀 의견을 고려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 이대준씨 유족의 거센 반발도 일부 항소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피고인에 대한 항소를 포기할 경우 '제2의 대장동 사태' 내홍이 재현될 우려도 제기됐으나, 일부 항소를 제기하면서 수사팀 등과의 정면 충돌 국면은 피해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족 등이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예고하고, 정치권에서도 비판 여론이 이는 등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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