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혁명③] '세계 최초' 보다 '운영 역량'이 성패 가른다

기사등록 2026/01/05 06:00:00

LTE 의존 구조서 5G 단독모드로 전환…"6G 경쟁력의 출발선"

AI 내재화 네트워크, 선택 아닌 필수…피지컬AI 시대 전제조건

체감 서비스 없으면 6G도 없다…수요 기반 생태계 관건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5G '빈 껍데기 상용화' 논란, 전철 밟지 않겠다."

정부가 2030년 6G 이동통신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는 과거처럼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둘러싼 속도 경쟁이 아니라, 네트워크 운영 역량과 기술 축적을 중심으로 한 전략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6G가 인공지능(AI)·로봇·자율 시스템 등 지연이 허용되지 않는 서비스를 전제로 하는 만큼,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G 단계에서부터 품질을 보장하는 네트워크 구조와 운영 경험을 갖추지 못하면 6G 시대에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5G 단독모드 전환'으로 6G 운영 기초체력 확보

6G 상용화를 위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과제는 5G 단독모드(SA·Standalone)로의 전환이다.

현재 국내 5G는 초기 상용화 당시 안정성을 고려해 LTE망의 핵심 기능을 빌려 쓰는 비단독모드(NSA) 구조를 주로 채택해 왔다. 다만 이는 초저지연 성능 구현과 실시간 제어가 필요한 차세대 서비스를 뒷받침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6G는 설계 단계부터 독립적인 코어망 운영을 전제로 하고 있어 5G 단계에서부터 단독모드 운영 연습이 선행되지 않으면 차세대 시장에서 기술적 출발선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6G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도 5G SA 전환은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란 물리적인 이동통신망 하나를 가상화 기술을 통해 여러 개의 독립적인 가상 네트워크로 쪼개서 사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망 안에서 자율주행차에는 초저지연 성능이 보장된 가상 망을 할당하고, 일반적인 영상 스트리밍 사용자에게는 초고속 전송에 최적화된 가상 망을 별도로 배정하는 식이다. 이러한 슬라이싱 기술은 5G 전용 코어망이 구축된 SA 환경에서 온전히 구현될 수 있고, 서비스별로 특화된 품질(QoS) 보장을 가능하게 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운영 경험이 6G 시대에는 기본 요건이 되는 만큼 5G 단계에서부터 슬라이싱 운용과 고도화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 등 해외 통신사는 사용자나 시간 단위로 망을 촘촘하게 나누어 제공하는 ‘다이나믹 슬라이싱’ 단계까지 진화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아직 NSA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이러한 고도화된 기술 축적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PM은 "6G 표준에서는 논스탠드얼론(NSA)이라는 말 자체가 없으며 코어망과 기지국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구조로만 설계되고 있다"며 "5G 단계에서 SA 전환을 통해 운영 연습을 하지 않으면 6G 시대에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5G SA로의 전환은 기술적 자립뿐만 아니라 국내 통신 장비 생태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NSA 구조에서는 기존 LTE 장비 제조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 사업자가 제조사를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장비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어렵지만, SA로 전환하면 기존 망 제조사와 관계없이 다양한 제조사의 장비를 경쟁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 '피지컬AI' 대비, AI-RAN 기반 지능형 네트워크 구조 혁신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 기지국과 코어망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의 자원 배분을 수행하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로의 전환도 필수적 과제로 꼽힌다.

이 과정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술이 지능형 기지국(AI-RAN)이다. AI-RAN은 기지국에 연산 자원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트래픽 흐름과 무선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서비스 특성에 맞게 무선 자원과 컴퓨팅 자원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구조를 말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던 기지국이 AI 추론과 데이터 처리를 분담하는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특히 ‘피지컬 AI’ 서비스가 본격화될 경우 네트워크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즉각적인 반응성과 안정성이 요구된다. 로봇 제어나 원격 주행처럼 수 잠깐의 지연도 허용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중앙 데이터센터까지 신호를 왕복시키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연산과 판단을 기지국에서 처리하는 AI-RAN의 결합이 6G 시대의 기본 네트워크 구조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90억원 규모의 ‘AI-RAN 글로벌 선도 프로젝트 기술개발’ 사업을 신규 추진한다. 이와 함께 2028년까지 AI-RAN을 산업·서비스 수요 기반으로 시범 구축하고, 또 레벨4 수준의 5G 네트워크 자동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6G 상용화 기술 개발과 관련해서는 총2028년까지 3700억 원 규모의 R&D 예산을 투입한다. 이후 6G 표준을 반영한 AI-RAN을 실증하고 2030년에는 6G 레벨4 자동화를 비롯, 전국 500개 이상의 AI-RAN 거점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 킬러 서비스 발굴 통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도

6G 준비 과정에서 반복되지 말아야 할 교훈도 분명하다. 5G는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확보했지만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가 부족해 ‘LTE의 연장선’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적 성과와 달리 통신사 투자와 새로운 수요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6G의 가치가 자율주행이나 휴머노이드로봇, 원격 의료, 도심항공교통(UAM) 등 초고속·초저지연·고신뢰 통신이 필수적인 산업 서비스와 결합될 때 실질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PM은 "과거 5G까지는 스마트폰 중심의 수요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망을 먼저 고도화해 수요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5G SA를 통해 구현되는 세밀한 슬라이싱 기술과 AI-RAN이 결합된다면 원격 주행이나 피지컬 AI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통신사의 투자 유인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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