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방송 소음에 '방음창' 지원 받은 가구, 피해지원금 막막

기사등록 2026/01/02 12:42:26 최종수정 2026/01/02 15:36:24
[파주=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해 6월12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지역에 북한군 대남 확성기.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며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06.12. photocdj@newsis.com

[인천=뉴시스] 전예준 기자 = 북한의 소음공격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음시설 설치 지원사업을 받은 주민들이 소음피해 지원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중복지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인데, 접경지역 주민들은 '탁상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인천 강화군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북 대남방송 소음측정 및 소음저감 컨설팅 용역' 결과 총 3500여명의 주민이 소음피해 지원금 지급 대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강화읍 1100명, 송해면 1000명, 교동면 1000명, 양사면 370명 가량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음 정도가 80㏈(데시벨)을 넘겨 하루 4000원을 받는 1종 구역은 없고, 피해 날짜당 3000원, 2000원씩 받는 2·3종 구역만 적용됐다.

문제는 현재까지 강화군으로부터 방음시설 설치 지원을 받은 75가구 주민들은 소음피해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소음공격 피해가 발생한 지자체 장은 해당 지역의 소음영향도를 조사해 피해 대상 지역을 결정하고,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중 피해 지원을 받으려는 사람은 '소음피해 신고서'를 지자체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신고서에는 '같은 원인에 대해 다른 법령에 따라 손해배상 등을 받은 경우에는 그 범위만큼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피해를 입었어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가구가 생기는 원인이다. 강화군이 중복 지원 대상이 되는지 행정안전부에 구두로 질의한 결과 이중 지원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음 피해가 심각했던 강화군 당산리 안효철 이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방음시설은 밤에 그나마 잠이라도 잘 수 있도록 지원된 사업이지만, 낮에 바깥에서 농사 짓거나 일을 할 때 받은 피해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하루 24시간 내내 집 안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강화군은 지난달 31일 박용철 군수 명의로 행안부에 관련 내용 개선을 건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은 방음시설 지원 가구에 소음피해 지원금 지급을 제한할 경우 민방위기본법의 취지인 주민 보호와 피해 구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방음시설 지원사업은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국가배상에 따른 금전 보상이 아니고, 접경지역의 피해 완화 목적의 행정지원사업이라는 것이다.

또 군은 손해피해 보상을 소음 '발생일'이 아닌 '기간'으로 해석해 달라는 요청도 이번 건의에 포함시켰다.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나, 군부대에서 제공 받은 소음 측정 자료만으로는 주민들이 체감했던 피해의 심각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의 소음공격은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이뤄졌지만, 이번 조사 결과 소음피해 기준치인 60㏈을 넘긴 날은 100일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3종 지역 주민들은 20만원 수준의 소음 피해 지원금을 받게 된다.

군 관계자는 "현재 규정대로라면 피해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나 의료비용 등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전혀 되지 않는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앞서 2024년 7월 우리 군이 대북방송을 시작하자 대남방송을 송출했다. 쇠를 긁는 소리, 짐승 울음 소리, 곡소리 등 불쾌한 소리가 접경지역 주민들을 강타했다. 접경지대에서 대남방송 피해를 겪는 강화 주민들은 수면장애, 노이로제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관광객 감소, 개발사업 중단, 가축 유산 등 물적 피해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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