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포하우스서 3일부터 2월14일까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무들은 서 있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 이름 없는 뚝방길에서 김중만은 9년 동안 같은 거리를 걸었다.
사진을 찍기 전, 먼저 물었다.
“네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
대답은 곧 오지 않았다. 바람이 다녀가고,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뀐 뒤에야 나무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김중만(1954-2022) 사진전 ‘STREET OF BROKEN HEART(2008–2017)’는 그렇게 시작된 느린 대화의 기록이다.
3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08년부터 10년 간 촬영해 온 뚝방길의 나무들을 대형 한지에 흑백으로 인화해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시리즈다. 태풍과 도시 개발, 인간의 개입 속에서 상처 입고 변형된 나무들을 대형 한지에 흑백으로 인화해 수묵화처럼 펼쳐 보인다.
작가는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같은 거리를 반복해 걷는 과정에서 나무들의 변화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작품은 풍경 사진임에도 인물 사진에 주로 사용되는 수직 구도를 취해, 나무를 하나의 ‘존재’로 드러낸다.
전시는 상업사진과 순수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김중만의 사진 세계에서, 자연과 도시, 상처와 생존을 응시한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토포하우스는 “이번 전시는 장소의 재현을 넘어, 상처 난 존재를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와 사진적 사유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밝혔다.
사진작가 김중만은 강원도 철원 출생으로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75년 니스에서 열린 개인전으로 데뷔했으며, 1977년 ‘프랑스 오늘의 사진’에 최연소 작가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패션 사진을 비롯해 인물, 자연, 풍경 등 폭넓은 작업을 통해 한국 사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40여 년간 백만 장에 가까운 사진을 촬영하고 70여 회의 전시를 연 그는 폐렴으로 투병하던 중 2022년 향년 68세로 별세했다.
전시는 2월1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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