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슈퍼마켓 주가가 두 배로 뛴 이유…'골디락스 위기' 신호

기사등록 2026/01/02 13:53:36

인플레이션·임금 정체 속 중산층 불안이 증시에 반영

FT "2026년 골디락스 위기 정점 가능성" 경고


[도쿄=AP/뉴시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 시간) 이온이 지난해 상반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도쿄 증시가 전반적으로 호황이던 2025년에 전통적인 유통업체가 이처럼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2026.01.02.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지난해 일본 주식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AI(인공지능) 열풍이나 반도체 호황이 아닌, 슈퍼마켓 체인 이온(Aeon)의 주가 흐름이었다. 지난해 이온의 주가는 101%나 급등했는데, 이는 일본이 처한 이른바 '골디락스 위기'를 선명하게 드러낸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과 물가가 겉보기에는 적당히 균형 잡힌 듯 보이지만, 이러한 상태가 오히려 안일함을 낳아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응을 미루고, 그 결과 경제의 취약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 시간) 이온이 지난해 상반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도쿄 증시가 전반적으로 호황이던 2025년에 전통적인 유통업체가 이처럼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FT는 주가를 끌어올린 중요한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임금 인상 부족, 식료품 가격 급등에 시달리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정서에 이온이 정확히 부합한 점을 꼽았다. 일본 상장기업들은 수십 년간 '가부누시 유타이(주주우대)'라는 명목으로 주주들에게 식료품과 생활용품, 테마파크 입장권 등 다양한 선물을 제공해 왔다.

이온은 이 가운데에서도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주가 기준 약 1600달러를 투자해 100주만 보유하면, 이온 매장에서 쓸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캐시백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FT는 이처럼 이온 주식을 매수한 기회주의적 개인투자자들 상당수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정치적으로 가장 경계하고 있는 계층과 겹친다고 짚었다. 이들은 임금 상승 속도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해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생활비 부담을 체감하면서 기존 정책과 기득권에 대한 불만이 커진 유권자들로, 이러한 불만이 누적될 경우 포퓰리즘적 메시지에 표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임금·저투자 구조의 한계…일본 '골디락스 위기' 경고

일본 기업들은 수년간 낮은 임금을 유지해 왔는데, 이는 장기간 인플레이션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전략이었다. 경제 규모와 산업 구조의 정교함에 비해 노동비용은 저렴하게 유지되면서, 기업들이 노동을 대체하거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장기간 미뤄왔다.

그러나 이제 일본은 디플레이션 굴레에서 벗어나, 한 번 오르기 시작한 물가가 쉽게 다시 억제되지 않는 현실에 직면했다. 정치권 역시 30년 만에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이 핵심 변수로 작동하는 환경에 놓이게 됐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라는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며, 지난해 12월 대규모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임금을 충분히 올리지 않았고, 투자 역시 해외에 집중해 왔다는 판단에서다. 새 세제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이 국내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임금을 인상하도록 적극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FT는 "노동력 감소, 인플레이션에 대한 본능적 공포, 생산성 향상 기술에 대한 수십 년간의 투자 부족이라는 일본의 '골디락스 위기'는 2026년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세제 개편의 전략이 아무리 타당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더라도, 정책 메시지가 기업에 책임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기업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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