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콘서트 '솔 트라이시클(Soul Tricycle)' 리뷰
국내 최대 실내공연장 고척돔 입성…韓 솔 기반 보컬그룹 최초
6년 만의 단독 콘서트…3인 체제로 네 차례 공연
화음과 화성의 조화…날줄과 씨줄의 인생 은유
보컬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브아솔)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친 콘서트 '솔 트라이시클(Soul Tricycle)'에서 노래하지 않았다.
세 멤버의 무반주 화음으로 시작한 '마이 에브리싱(My Everything)'으로 포문을 연 이들은 약 2시간30분 동안 선율, 리듬, 그루브로 삶을 재서술했다.
특히 이들이 무대 위로 인생을 불러오는데 강력한 힘은 화음(和音·Chord), 화성(和聲·Harmony)에서 나온다. 화음은 높낮이가 다른 두 개 이상의 음을 동시에 올리는 수직적인 쌓임, 화성은 화음 간 수평적인 흐름이다. 즉 화음과 화성은 날줄(세로실)과 씨줄(가로줄)이다. 화성과 화음의 조화는 날줄과 씨줄의 직조이며 이건 곧 인생의 은유다.
사랑, 그리움, 슬픔 같은 진부할 수 있는 인생의 소재들이 나얼, 정엽, 영준 노래 솜씨로 특별해진다. 나얼의 성대결절, 팀 멤버 탈퇴 등 우여곡절을 겪고 6년 만에 연 콘서트가 이들의 '커리어 하이'가 됐다.
즉 이들의 화음, 화성엔 삶도 쌓여 있는 셈이다. 그것의 조화가 너무 성스러워서 마치 관객의 인생을 읽어내는 듯했다. 중창단을 표방하는 이들에게 콰이어까지 함께 하니 그 코러스가 더 강력했다. 특히 대표곡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는 히트곡이라는 아우라에 아름다운 하모니가 주축인 라이브성이 더해지니, 그 힘이 막강했다.
밴드 마스터를 맡은 싱어송라이터 에코브릿지를 비롯한 밴드 멤버들, 브라스 세션, 코러스 등 15명가량이 무대에 올라, 고음(나얼) 미성(정엽), 중저음(영준)을 확실하게 보조했다. 특히 브라스가 강조된 금빛 사운드의 펑키(funky)함이 일품이었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셉템버', 스티비 원더의 '이즌 쉬 러블리(Isn't she lovely' 등 커버 무대에서 돌출 무대 위 화려한 구성을 선보였지만, 대체로 화려한 연출 없이 고척돔을 노래로만 채운 건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저력이었다.
정엽, 영준의 입담이야 워낙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눈길을 끈 건, 말 수가 적기로 알려진 나얼의 재발견이었다. "익숙해지다보니까 고척돔이 작아보여" "(콘서트가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영화인) '사랑의 블랙홀'을 보는 것 같다", "(정엽이 자신의 음정이 안 맞다 나중에 맞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니) 라이브의 묘미" 등 농담과 너스레가 다른 때보다 많았다.
멤버들은 공연 막바지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나얼은 "목이 많이 안 좋았었어요. 결정이 왔었죠.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참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 긴 시간이 흘렀고 다시 이렇게 섰습니다. 정말 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영준은 "자세히 저희가 다 말씀을 못 드리지만 힘든 일들이 많았고, 그래서 저희가 앨범을 만들어 보자며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실 기대는 안 했어요. 저희가 이런 데서 공연하게 될 줄도 몰랐거든요. 정말 여러분들 덕분에 여기서 공연한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2부 시작을 알리는 '브라운시티' 대목이었다. 이 곡을 부르면서 멤버들은 무빙 스테이지 위에 놓인 세발사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갔다. 세발자전거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이번 앨범과 콘서트 상징 중 하나로, 새 출발을 의미한다. 또 숫자 3은 완전수이자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뜻한다. 이들은 오래 오래 노래할 듯싶다.
흑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솔 음악을 한국 정서와 결합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들이 고척돔에서 네 차례 공연한 것도 일종의 사건이다. 지난달 24일, 25일, 27일 그리고 31일 공연했고 약 6만명 남짓 관객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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