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리드 실현…나주 '차세대 고전력반도체 거점' 시동 건다

기사등록 2026/01/01 08:00:00

국비 50억 투입 켄텍에 시험 인프라 구축

나주, 전력반도체 신뢰성 검증 허브 도약

한국에너지공대 중심 산업 생태계 본격화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켄텍) 연구 2동 조감도. (이미지=켄텍 제공) photo@newsis.com

[나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1조2000억 규모의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을 품은 전남 나주시가 차세대 전력망의 핵심 부품인 고전력반도체 산업의 전략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동을 건다.

1일 나주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국비 50억원을 투입해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켄텍)에 대규모 고전력반도체 가속 수명 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 국정과제인 차세대 분산 전력망(K-그리드)에 적용할 고전력반도체의 장시간 수명과 신뢰성을 검증할 국내 최초의 대규모 시험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 기간은 12월까지 1년이며 반도체 관련 기업·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추진한다.

전력반도체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데이터센터, 국가 전력망의 전력 변환과 제어를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고전력 환경에서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가 상용화의 관건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고전력반도체의 장기 수명을 대량으로 검증할 수 있는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연구기관에 관련 장비가 구축돼 있지만 대부분 16채널 이하 소규모 설비로 대량 시험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상용제품을 신속하게 검증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다.

이번에 켄텍에 구축하는 인프라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켄텍에는 'Power Cycling Test(성능 열화 평가)', 'Dynamic Stress Test(동적 전압 피로도 평가)' 등 고전력반도체 수명 평가의 핵심 장비가 도입된다.

먼저 Power Cycling Test 장비는 총 6대가 구축되며, 최대 96채널 이상에서 동시에 시험이 가능하다. 반복적인 전력·온도 변화를 가해 반도체 내부의 열팽창·수축에 따른 파괴를 단기간에 유도함으로써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수명을 예측한다. 장비 구축 예산만 30억원에 달한다.

Dynamic Stress Test 장비는 게이트·고전압·고온 고습 환경에서 전력반도체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장비로, 240채널 이상 동시 시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게이트 산화막, SiC(실리콘카바이드) 소재, 접합부 신뢰성을 각각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전력망용 반도체는 소자 성능만큼이나 수명 데이터가 중요하다"며 "이번 인프라는 기업의 상용화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장비 구축에 그치지 않는다. 전압·전류·패키지 조건은 물론, 온도·습도 환경까지 고려한 기업 맞춤형 시험 지원을 병행한다.

여기에 고전력반도체 가속 수명 평가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험기관에 의존하지 않고도 제품 신뢰성 검증과 기술 고도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연구개발부터 실증,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전력반도체 전주기 생태계가 나주를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이러한 기대감은 지난해 12월 나주에서 열린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송년 행사에서 표출됐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고전력반도체 시험 인프라 설치 국비 50억원이 정부 예산에 반영된 것은 나주가 전력반도체 중심지로 도약하는 신호탄"이라며 "기업의 연구·실증·생산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나주시는 한국에너지공대를 중심으로 전력반도체 시험·연구 인프라를 집적하는 동시에 노안 일반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기업 입주 기반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나주=뉴시스] 나주 인공태양 핵융합 연구시설 예상 조감도. (이미지=전남도 제공) photo@newsis.com

최근 나주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핵융합 연구시설 부지로 선정된 점도 고성능 전력반도체 수요 확대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시험 인프라 구축이 국내 전력반도체 산업의 질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단순 제조 경쟁을 넘어 신뢰성과 수명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정부·지자체·대학·산업계가 맞물린 나주의 실험이 차세대 분산 전력망과 K-그리드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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