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신체 질환·인지 저하 동반돼 정신과적 증상 확인 어려워
노년 우울증 심각해지면 극단적 선택 위험…우리사회 도움 필요
우울증 적극 관리가 삶의 질 유지에 중요…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과거보다는 개선됐지만 65세 이상에서 나타나는 정신 질환은 상당수가 대중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 환자 본인과 가족 모두, 증상이 상당히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년기의 정신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한 우울증은 삶의 질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기분장애이다. 변기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노년기 우울증에 대해 알아본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년기에는 다양한 신체 질환과 인지 저하가 동반되어, 정신과적 증상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우울 증상이 있으면서 그 강도가 심할 때를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라 한다.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즐거움의 상실이 있으면서, 다음 증상 중에 다섯 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될 때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한다.
주요 우울장애의 주요 증상은 ▲거의 하루 종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대부분의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의 현저한 감소 ▲체중의 뚜렷한 변화 혹은 식욕 변화 ▲불면 혹은 과수면 ▲정신운동성 초조 또는 지체 ▲피로감 혹은 에너지 저하▲무가치감이나 과도한 죄책감 ▲사고력·집중력 저하 ▲우유부단함 ▲죽음에 대한 반복적 사고▲자살사고 또는 시도 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전과 비교해 상기 우울 증상으로 인해 뚜렷한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직업, 가사,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 전반에 눈에 띄는 제약이 생기며, 해당 변화가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증상이 이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일상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면 '지속성 우울장애(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 혹은 '기타 명시된 우울장애'등으로 진단한다.
더 큰 문제는 우울증이 초래하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구는 10만 명당 26명이었으나,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에서는 10만 명당 40.6명으로 높았다. 이제 노년기 우울증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개입이 시급한 공중보건 과제이다.
노년기의 우울증은 다른 연령층과 구별되는 여러 특징을 보인다. 젊은 층에선 주관적 우울감, 무기력, 죄책감을 표현하는 반면, 노년층은 두통·어지러움·가슴 두근거림·소화불량·허리통증 등 불특정한 신체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들은 일관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변화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진료과의 진료와 검사를 거친 뒤에야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면밀히 병력청취를 하게 되면, 대부분은 신체 증상 뒤에 우울감과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역으로 신체 질환이 동반된 경우 처음부터 우울증의 동반을 의심하기 쉽지 않아서, 정신과까지의 내원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평생 근무한 직장으로부터의 은퇴, 자녀 독립, 배우자·친구의 상실 등은 노년기에 피할 수 없는 변화다. 이러한 상실이 반복되면 무력감과 무가치감이 깊어진다. 물론 삶의 변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우울감이 장기간 지속되고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면 의학적 치료의 대상이다.
우울증상으로 인해 인생 주기의 변화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 이는 더욱더 심각한 우울감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노년기의 어려움에 대한 여러 종합적인 도움 및 대책과 함께 우울 증상에 대해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의 경과에서도 우울 증상이 30~80%까지 동반되기에 이에 대한 치료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노년기의 우울증상이 심할 경우 주의력 및 집행기능의 저하를 초래하여 마치 치매와 같은 인지 저하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에 의한 치매와 달리, 우울증에 의한 인지 저하는 적절한 치료로 인지 기능이 호전될 수 있다는 가역성(reversibility)가 있다. 치매와 우울증은 흔히 동반될 뿐만 아니라 감별도 어려워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년기 우울증은 생리적 ·사회적 노화 과정으로 치부돼 오랫동안 간과되어 왔다. 변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의 소중한 인적 자원을 지키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을 느끼는 본인, 주변의 친지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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