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4위 해운국 韓, 구조적 취약성 확대로 위기 직면

기사등록 2025/12/31 10:33:42

해진공, 국내 해상 공급망 종합 진단 보고서 발간

선복량 상위·발주잔량 하위, 신조 부진에 경쟁력↓

국내 평균 선령 22.3년…경쟁국 대비 노후화 심각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5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선이 접안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습니다. 2025.11.05.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국내 해운산업이 선복량 기준 세계 4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조 발주 부진과 선대 노후화 등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되면서 중장기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국내 해운항만 물류산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한 '대한민국 해상 공급망 종합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보고서는 선대, 친환경, 벌크 항만물류, 컨테이너선, 컨테이너 터미널, 컨테이너 박스 등 6개 분야를 대상으로, 글로벌 주요국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국내 해상 공급망의 현황과 과제를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선복량 7150만t으로 중국, 그리스, 일본에 이어 2021년부터 5년째 세계 4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발주잔량은 1000만t으로 주요 10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7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조선 확보 부족으로 인해 선복량이 이탈리아에 밀려 5위로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내 해운업계 선박의 평균 선령은 22.3년으로 일본, 중국, 독일 등 경쟁국 대비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뉴시스] 주요 국가별 현존선 대비 발주 잔량 비중(2025년). (사진=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2025.12.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친환경 분야에서는 스크러버 장착률이 54.7%로 세계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차세대 연료선박 발주잔량 비율은 11.3%로, 글로벌 평균인 17.8%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에 발주가 집중돼 메탄올·암모니아 등 연료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벌크 항만물류 분야에서는 철광석(세계 3위), 곡물(4위), 원유(3위), LNG(3위) 주요 수입국임에도 해외 선적항과 터미널에 대한 통제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곡물 해외 터미널 확보 규모는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고 확보된 터미널의 활용률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는 국적선사들이 팬데믹 기간 일정 성과를 냈으나, 최근 10년간 선복량 증가세는 대만과 일본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점유율 하락 가능성도 제기됐다.

컨테이너 터미널 분야에서는 해외 터미널 투자가 7개소(342만TEU)에 그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소수 지분 참여 수준이라 운영권 확보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친환경 선박 전환 가속화, 전략상선대 확대,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 강화, 공급망 다변화 등을 분야별 대응 과제로 제시했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글로벌 해운시장이 지정학적 갈등, 기후 변화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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