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은 수십조 쏟고 정부는 규제·인프라로 판 키워
美는 산학연 총동원, 中은 내수 상용화로 AI 패권 승부수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제네시스 미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 정부가 수십 년간 쌓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 데이터와 슈퍼컴퓨팅 자원을 결합해 미국 과학·안보 플랫폼(ASSP)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과학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네시스 미션'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진행한 핵무기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와 견줬다. 반도체, 양자, 원자력 등 차세대 전략 기술 분야에서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 미션에는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오픈AI, 앤트로픽, 팔란티어 등 미국 AI를 대표하는 빅테크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 정부는 이 행정명령에 따라 올 초 에너지부(DOE)에 미션을 수행할 전담 기구를 설치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올해 안에 ASSP 초기 운영 능력을 시연해 성과를 증명할 계획이다.
#2. 중국 정부는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국가 경제·사회 발전 로드맵 '제15차 5개년 계획(15·5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계획 제정 건의문에 따르면 이번 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AI가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AI 플러스' 캠페인을 개시한다. 내년까지 연구·산업·의료 등 6대 핵심 분야에서 AI를 광범위하게 상용화할 방침이다.
중국은 과거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펼쳐 모바일 기반 결제 문화를 단숨에 일상화 했다. 이번에도 AI를 행정과 산업 전반에 이식해 14억 인구 기반 거대한 AI 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미국의 기술 봉쇄를 내수 생태계의 힘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 트럼프 "제네시스 미션은 제2의 맨하튼 프로젝트"…초격차 승부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투자와 함께 국가 지원이 결합된 'AI 신냉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불거진 'AI 거품론'에도 양국 정부는 AI를 국가 미래를 좌우할 기술로 평가했다.
다만 양국의 AI 정책 노선은 다르다. 미국이 AI 초격차에 집중한다면 중국은 당장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실용적인 AI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제네시스 미션에 앞서 'AI 행동 계획'에도 서명했다. AI 개발, 데이터센터 건설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원자력 발전 등을 활용한 AI 전용 전력 공급망 확충에 정부가 직접 나섰다.
지난해 초에는 5000억 달러(약 720조원) 규모 AI 인프라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발표하며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AI 압도적 우위 굳히기에 나섰다.
트럼프 정부의 파격적인 지지를 얻은 빅테크들은 '빚투'까지 감행하며 AI 개발·투자에 집중했다. 알파벳, 메타, 아마존, 오라클 등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AI 개발·투자에 총 880억 달러(약 128조원)를 투입했다.
빅테크들은 이러한 투자를 기반으로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예를 들어 구글은 AI 모델 '제미나이 3'을 전 서비스에 결합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제미나이가 탑재된 스마트 글래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정부가 'AI 큰손' 된 中…"제2, 3의 딥시크 충격 이어질 것"
반대로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에 맞서 독자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간 기업들이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가운데 정부는 행정·금융 등 공공 영역에서 AI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돕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알리바바 '시티 브레인'이다. 상하이와 항저우 등 주요 대도시에 도입된 이 시스템은 교통 신호 제어, 사고 감지, 긴급 출동 경로 최적화 등 도시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했다. 정부는 교통 체증 완화와 사고 감소 등 행정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관련 솔루션을 공급한 알리바바는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정부 주도의 AI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AI 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지역사회, 마을 진료소 등 기초 의료기관에 AI 기반 지능형 진단 및 치료 보조 시스템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가 AI 최대 수요처가 되면 기업은 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사실상 중국 AI 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처럼 미국과 방향은 다르지만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로 AI 발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과학기술 예산에 전년 대비 10% 늘린 3981억 위안(약 82조원)을 투입했던 만큼 올해 예산도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중국 기업도 천문학적인 투자로 화답했다. 지난해 1500억 위안(약 31조원)을 AI에 투자한 바이트댄스는 올해 1600억 위안(약 33조원)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틱톡과 함께 AI 챗봇 '더우바오' 등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확보해 미국 빅테크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술력은 증명했지만 신뢰에 부딪힌 中 AI
그럼에도 AI업계에서는 여전히 미국의 우위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중국이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수용 갈라파고스'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AI가 딥시크 등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정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와 글로벌 시장의 낮은 신뢰도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며 "결국 중국 AI는 외부 확장이 차단된 채 폐쇄된 내수 생태계에서만 작동하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통제와 보안 규제에 대한 불신은 중국 AI 기업의 '탈중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메타가 인수한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버터플라이 이펙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문서 작성, 주식 분석 등 다양한 작업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세계 최초 범용 AI 에이전트 '마누스'를 내세우며 한때 '제2의 딥시크'로 불렸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 확대를 위해 사옥을 싱가포르로 옮긴 끝에 미국 빅테크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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