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장관 지명' 파장…與 "실용주의 탕평 인사" 野 "협치도 통합도 아냐"

기사등록 2025/12/29 16:42:25 최종수정 2025/12/29 18:24:24

민주 "오직 민생 경제 위한 적재적소 인재 기용"

국힘 "볕 드는 곳이면 지옥도 가겠다는 것, 당 배신"

진보당 "철회하라" 개혁신당 "보수, 와신상담해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5.12.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훈 이창환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29일 정치권에 파장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실용주의와 탕평 의지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당을 배신했다"고 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가 예산을 기획·편성·총괄·관리하는 요직에 국민의힘 출신 전직 의원인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출신과 이념을 넘어 '오직 민생과 경제'를 위해 적재적소의 인재를 기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탕평'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전날 이 대통령의 이 전 의원 발탁 발표 직후 국민의힘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전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한 것 등을 겨냥해서는 "민주당 출신 인사는 측근 인사라며 비판하고, 국민의힘 출신 탕평 인사는 배신자로 몰아붙이며 쌍심지를 켜며 반대하고 나선다면 그 누구를 기용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자가 장관직 지명을 수용한 배경은 무엇인지, 장관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등은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면 될 일"이라며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에는 여도 야도, 진보도 보수도 따로 없다. 민생 살리는 정책에도 파란 정책, 빨간 정책이 없다"고 했다.  

다만 진보 진영에서는 이 후보자가 계엄 이후 보였던 행보를 이유로 들어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당은 손솔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윤 어게인'에게 고위직을 맡기는 것은 광장에 대한 배신이자 국가 기강을 흔드는 악수"라며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 홍보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 제명 조치에 대해 "당을 배신하고 당원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 전 의원의 행보에 대해 "장관직 수락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잠시 볕이 드는 곳이라고 해서 본인이 그동안 가져왔던 소신과 가치를 버리고, 동지를 버리고 지옥에라도 갈 수 있다는 것은 저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의원은 이재명식 기본소득과 현금 살포 중심의 포퓰리즘 확장 재정을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해 온 인사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 '돈 뿌리기'의 선봉에 서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선택은 협치도, 통합도 아니다. 현금 살포로 경제가 파탄 나더라도 '야당 출신 장관도 함께했다'는 면죄부를 만들려는 정치적 계산일 뿐"이라고 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전 의원을 발탁한 이재명 정부의 오판은 정권 몰락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아무리 허울 좋은 탕평인사라 하더라도 웬만큼 기조가 맞는 사람을 지명해야지, 경제적 관념이 아예 다른 사람을 앉혀놓으면 시한폭탄을 안고 정부를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전 의원"이라며 "그저 정치적 야욕에 눈이 멀어 국민의 가슴에 대못질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민과 당을 배신하는 변절자가 돼 역사에 길이 남을 부역 행위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회도 규탄 성명에서 "수개월 전만 해도 '이재명 정부만은 막아야 한다'고 함께 외쳐왔던 자가 장관직이라는 정치적 보상에 눈이 멀어 이재명 정권의 부역자를 자처하는 정치적 배신은, 은전 30냥에 예수를 판 유다와 같이 혹독한 역사적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배신론'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거국내각은 정권 말기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인데,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자신감의 발로"라면서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며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보수 담론이 저급해진 원인은 상대를 감옥에 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검찰주의적 사고방식에 있다"라며 "정책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니 상대를 감옥으로 보내는 데만 몰두했고,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 남은 것은 저주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정작 중요한 것은 보수 진영이 내놓는 경제 비전이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매력적이냐는 점이다"라며 "이제는 우리가 진정 와신상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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